이번에 학교에서 본 모의고사에서 수학 '가'형을 선택한 사람은 9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체 자연계 학생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학Ⅱ 과목을 선택한 사람 역시 수가 적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에는 물리Ⅰ, 화학Ⅰ, 생물Ⅰ, 지구과학Ⅰ 이렇게 4과목을 선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Ⅱ과목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화학Ⅱ와 생물Ⅱ이며, 물리Ⅱ와 지구과학Ⅱ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명 Ⅰ과목은 과학 분야의 기초적인 내용이다. 특히 화학Ⅰ의 경우, 교과서를 보면 무슨 과학기초교양서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과거 6차 시절 화학Ⅱ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충격을 먹고 갈 정도이다. (다른 과목들은 기초-심화의 관계인데 비해, 화학은 Ⅰ과 Ⅱ과목의 내용차이가 심각하게 '격리'된 상태이다.)
때문에 어떤 과학분야에 대한 내용을 고등학교 수준에서 잘 파악하려면, 대학교육을 받기 이전에 기본적인 개념을 학습하려면 분명히 Ⅱ과목을 공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Ⅱ과목의 내용은 예전 6차 교육과정의 그것과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Ⅱ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끔 하는 학교는 극소수이다(서울대와 일부 의예-한의예과 등). 심지어 어떤 대학들은 2개, 3개의 과학과목들만 보는 학교들이 있다. 글쎄... Ⅰ과목만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나는 같은 수험생 입장이고, 대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처지의 학생들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아마 무례하고 정신나간 학생이라는 비난이나 받기 일쑤이다.
그런데, 학교생활하면서, 확실히 Ⅰ과목 만으로는 어떤 분야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수시는 경우 이 문제는 조금 심각하다. 수시의 심층면접은 말 그대로 어떤 과학분야의 심층적인 주제를 가지고 면접하는 것인데,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Ⅱ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Ⅱ과목을 하나도 이수하지 않는 학생이 심층면접을 준비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무턱대고 Ⅱ과목을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학생들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하다. 나는 Ⅱ과목을 통해서 Ⅰ과목을 더 내실있게 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비록 수능 선택과목은 아니지만 물리Ⅱ를 꼭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선택권을 박탈당해버렸다.
과연 Ⅱ과목의 존재이유가 상급자들을 위한 것이었나? 그럼 대학들은 포물선 운동을 하는 물체에 대한 운동방정식을 모르는 학생을 물리학부에 입학시키기를 원하는 것일까? 설사,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교육은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투덜대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전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옳은 상황일까.
나는 지금껏 공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물리Ⅱ와 미적분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리를 선택하지도 않고 수학 '나'형을 응시하는데도 공학계열을 진학하려는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 '가'형 문제과 과학Ⅱ 과목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과학, 수학 성취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