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원은 모든 구성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온라인 수업 및 강의 지원금이 매년 지급된다. 나는 웬만하면 이 지원금을 모두 활용하는 편인데, 주로 외국어 강의를 듣는데 쓰곤 한다. 그런데 이번 11월에는 다소 특별한 시도를 해 보았다. 강의 목록을 쭉 살펴보다가 앱 기반의 강의가 여럿 있어서 무엇인가 봤는데, 내 눈길을 끈 서비스 중 하나는 영어 공부 앱인 스픽(Speak),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카페 메뉴에서나 본 적 있는, 롱블랙(LongBlack)이라는 앱이었다. 커피 관련 앱인가 하고 검색을 해보니, 구글 제미나이의 요약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매일 하나의 감각적인 비즈니스 및 트렌드 인사이트 노트를 발행하는 지식 구독 서비스
그냥 좋은 기사 스크랩해서 제공해주는 것인가 하고 봤더니, 실제로 이 회사 관계자들이 노트 ㅡ 롱블랙에서는 하나의 완결된 읽을거리를 노트라고 부른다. ㅡ 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매일 자정에 새로운 노트가 발행되는데, 24시간 동안만 무료로 읽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샷'이라는 아이템을 써야만 읽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스토리' 기능을 도입하다니, 좀 색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 샘플 노트들을 찾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월 5,900원을 내는 것 치고는 괜찮겠다 싶었다. 게다가 나는 옛날 스타일 사람이라서 쇼츠나 릴스를 돌려보는 것보다 아직도 여전히 텍스트를 읽는 걸 선호하지 않는가? 안 그래도 기사다운 기사를 읽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참에 한 번 시도해보자 싶어서 구독을 신청했다.
매일 발행되는 노트의 주제는 다양하다. 아침을 먹으면서, 혹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길이의 글이다. 그리고 글의 구조는 다소 정형화되어 있어서 그 흐름을 예측하고 또 복기하기 편하다. 하지만 글 내용이 단순하게 읽기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닌데, 이렇게 매 노트마다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유는 아마도 이 노트가 독자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된 글이기 때문이리라. 가끔은 그 의도가 너무 뻔하게 보이는 시점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래도 노트를 다 읽고 나면 '애초에 시청자를 울리기 위해 극적으로 짜여진 신파극을 보고 한 번 오열한 뒤 느낄 법한' 후련함을 느낀다.
롱블랙 대표는 "좋은 글을 읽는 것도 마치 운동처럼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롱블랙에서 내놓는 노트가 '좋은 글'임을 자신하는 것이 일단 예사가 아니다. 아마 오랜 집필과 그에 따른 소통 과정에서 얻은 확신이겠지? 그리고 활자를 읽어나가는 것에 습관이 필요하다는 말은 100% 공감한다. 운동에 빗댄 것도 의미심장하다. 운동에는 훈련과 성장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글 읽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함의. 무척 마음에 든다.
세상에 좋은 글이 많긴 하지만 내가 너무 게을러서 그런지 그동안 찾는 버릇을 들이지 못했다. 기왕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매일 주어지는 노트를 읽으면서 좋은 글을 읽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누려 봐야겠다. 궁극적인 목표는 나도 이런 좋은 글을 매일 같이 써내려가는 것이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