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내에서 운동을 하시는 몇몇 분들과 옥신각신하는 주제 중 하나가 운동복 하의 안에 속옷을 입느냐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헬스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바지 안에 메쉬 안감(mesh liner)이 부착되어 있었고, 나는 당연히 이 옷을 입을 때에는 속옷을 입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복서 브리프(boxer brief) 위에 메쉬 안감이 2중으로 덮으면 안감의 봉제선이 사타구니를 더 조인다는 느낌이 드는데다가, 어차피 안감이 속옷의 역할을 해주는데 굳이 그 안에 땀으로 젖을 속옷을 입을 필요가 있는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속옷을 두 개 입는다는 느낌이 거추장스러웠다.
그런데 요즘 구매하는 운동복 하의는 으레 있었던 메쉬 안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게 있는 하의를 찾느라 이 매장 저 매장 바삐 오간 적도 있었고, 같은 매장 안에도 있는 경우 없는 경우가 서로 달라 손을 바지 안으로 집어 넣어 안감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게 첫번째 과제이기도 했다.
대체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인지 궁금했는데, 일단 공용으로 쓰는 헬스장 회원복의 경우 자신의 '국부'가 분명히 다른 사람이 앞서 입었을 옷 안감과 접촉한다는 사실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관리자가 세탁을 하는데다가 그게 닿는다고 해서 무슨 전염병이 옮는 것도 아니거늘 무에 그리 민감해하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위생에 대한 관념이 과거보다 자못 높은 수준에 이르른 것을 고려해보면 '신체에 긴밀히 접촉하여 땀과 노폐물을 흡수하는 기능성 옷은 개별적으로 구비해서 입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구권의 경우 헬스장이 공용 회원복을 전혀 제공해 주지 않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각양 각색의 운동복을 저마다 입고 하는데, 이것이 한국 사회의 변화가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높아진 국민 소득과 더불어 확장된 스포츠웨어 시장 덕분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옷을 구매해서 입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증대되었다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일단 메쉬 안감이 없는 하의를 입으려면 속옷을 바지 않에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속옷도 종류가 다양한데 스포츠 속옷의 다양성은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사이즈는 물론이거니와 소재는 어떤 것이어야 하며, 길이는 브리프(brief)에서 쇼츠(shorts)까지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느 정도로 팽팽한지도 따져봐야 하고, 겹쳐 입을 바지와의 색상 매치도 선택에 중요한 요소이다. 봉제선 및 허리를 두르는 탄력 밴드 유무도 고려 대상이다. 옛날에는 이런 개념 자체가 없어서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사서 입으면 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어 이렇게나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도 사업이 가능한 시장이 형성되었으니 사람마다 다 제각각 다른 제품을 입고 운동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이다.
최근에 흰색 계열의 축구 운동복을 샀는데, 이 운동복 하의에는 역시나 메쉬 안감이 없었다. 그래서 조만간 여기에 걸맞는 속옷을 사러 매장에 가보고자 하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유니클로가 아닐까 싶다. 거기에서는 봉제선 없이 만들어진 다양한 색상의 복서 브리프를 살 수 있는데, 통기성도 좋고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니 나도 거기에 맞추어 달라져야지, 이제 메쉬 안감이 달린 운동복 찾기도 힘들어지니 뭐 별 수 있나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