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에 MBC 100분 토론을 보다가 정말 기가 막혀서 몇 자를 적는다. 명목 등록금은 매우 높으니 어느 정도 낮춰져야 하는 것은 통감한다. 그러나 다른 세수를 끌어와 등록금을 낮추는 것은 조삼모사와 같은 것이다. 대학 등록금의 문제는 지금의 높은 가격을 만들어온 대학들이 스스로 짊어지고 댓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지 우리가 내는 세금이 대학의 보조금으로 돌아가 등록금을 낮추는 데 쓰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이 반값 정책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대통령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놓아야만 한다고 말하는 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고도의 정치적 술수란 이런 때에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에 앞서, 지금 등록금이 높다고 하소연하는 이유가 진짜로 등록금 액수가 높아서라기보다 "그렇게 쳐 걷어간 돈으로 산 졸업장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에 심히 공감한다. 토론자의 말처럼 만일 대학을 졸업해서 수억원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회가 충분하다면 지금 등록금이 높다고 아우성일 리가 없을 것이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청년 실업과 좌절감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기약없이 양산만 되는 학사 졸업생들과 그들이 받은 형편 없는 고등교육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은 치열한 정치적 합의와 교묘한 전략이 집약된 법안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를 통해 싸구려 교양의 전당으로 전락한 한국의 대학과 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명목 등록금이 어느 정도 사회적 협의가 이루어지는 금액에서 정해지고, 개인의 학업과 도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학 지원제도가 다원화되어 발전된다면 상황은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거리에 나가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고 시위를 하는 것은 분위기 전환과 사태의 인식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제 선거철이 아닌가. 이때만큼 정치권에 입김을 불어넣을 적시도 없다. 하지만 정말 앞서 열거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 없이 구호 그대로 '명목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자'라고 순진하게 믿어 부르짖는 것은 위험하고 좀 심하게 말하면 얼빠진 주장이다. 그런 유럽식 복지 프로파간다(혹은 환상)를 맹종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반값 등록금 시대가 왔을 때 바로 방종으로 빠져들 자들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