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희토류(稀土類)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지고 있다. 올해 중국와 일본이 센카쿠 열도 혹은 댜오위 섬을 놓고 벌인 한판 대결이 어이없게도 희토류 금수 조치로 인해 중국의 KO승으로 끝난 것으로 인해 일반 대중들도 이제는 희토류가 보통 센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중국이 희토류의 90%를 장악하고 있다느니, 최근 일본과 미국, 호주가 희토류 생산에 적극 뛰어들겠다느니, 우리나라 강원도 양양에 희토류 광산이 개발된다느니 하는 것들을 몇 번 들어봤을 것이다.


희토류는 영어로 Rare Earth Elements로 불리며 이를 일본인들이 친절이 번역하여 만든 조어(造語)이다. 희토류는 3족 전이 금속인 스칸듐(Sc), 이트륨(Y), 그리고 란타넘족(lanthanoids)의 15개 원소를 모두 묶어 이르는 말로 이름이 나타내듯 지구상에서 보기도 힘들고 얻기도 힘든 희귀한 원소라는 뜻이다. 란타넘족이 너무 길어 보통 주기율표에서 별채를 차려주어 나타내는데 란타넘족 밑에 있는 악티늄족(actinioids)은 희토류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그 중 일부 원소들은 희토류라고도 볼 수 있는, 그래서 아마도 산업적 활용도가 높아지면 지금의 희토류가 가지는 관심을 같이 공유할 만한 원소일 수는 있다.


오늘부터는 희토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연재하려고 한다. 사실 희토류와 관련된 화학은 무기화학(inorganic chemistry)으로 나와 같이 고분자를 다루는 사람들은 그다지 무기화학에 익숙하지 않지만 아마도 고분자 하는 사람들이 희토류 금속에 대해 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자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희토류라는 말만 들어도 군침을 삼키고 있다. 물론 희토류 원소들은 지금까지 일반 대중이 잘 알고 있는 원소들에 비교하면 너무 낯선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서먹할 수는 있지만 현재까지 이름이 정해진 111개의 원소들은 다 같은 형제요 자매들이기 때문에 너무 거리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희토류의 이름부터 이야기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지각의 8대 구성 원소를 중학교 때부터 줄기차게 외울 때 너무나도 그것이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 당시 우리가 알만한 원소들이 거기에 다 있었기 때문이다. 산소(O), 규소(Si), 알루미늄(Al), 철(Fe), 칼슘(Ca), 소듐(Na), 포타슘(K), 마그네슘(Mg). 그러나 희토류 금속들의 이름은 정말 익숙하지 않다. 다음은 앞으로 소개될 17개의 희토류 금속들이다. (원소 이름은 모두 대한화학회에서 최근에 지정한 권장 이름을 사용했다. 영문명과 서문명은 webelements.com을 참조)


원자번호 21번 - Sc (스칸듐, Scandium, Escandio)

원자번호 39번 - Y   (이트륨, Yttrium, Ytrio)

원자번호 57번 - La (란타넘, Lanthanum, Lantanao)

원자번호 58번 - Ce (세륨, Cerium, Cerio)

원자번호 59번 - Pr (프라세오디뮴, Praseodymium, Praseodimio)

원자번호 60번 - Nd (네오디뮴, Neodymium, Neodimio)

원자번호 61번 - Pm (프로메튬, Promethium, Prometio)

원자번호 62번 - Sm (사마륨, Samarium, Samario)

원자번호 63번 - Eu (유로퓸, Europium, Europio)

원자번호 64번 - Gd (가돌리늄, Gadolinium, Gadolinio)

원자번호 65번 - Tb (터븀, Terbium, Terbio)

원자번호 66번 - Dy (디스프로슘, Dysprosium, Disprosio)

원자번호 67번 - Ho (홀뮴, Holmium, Holmio)

원자번호 68번 - Er (어븀, Erbium, Erbio)

원자번호 69번 - Tm (툴륨, Thulium, Tulio)

원자번호 70번 - Yb (이터븀, Ytterbium, Yterbio)

원자번호 71번 - Lu (루테튬, Lutetium, Lutecio)


이 이름들은 상당히 생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건 당연하다. 우선 한자 조어로 된 원소명 (예를 들면 탄소, 산소)이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들이다! 이 이름부터 친숙해져야 희토류와 좀 더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고대로부터 알려진 원소들은 그 원소의 성질들로부터 원소의 이름을 붙여 그것이 그대로 굳어졌는데 예를 들면 산소(O)의 경우 산[酸, 그리스어로 ?ξ??(옥시스)]을 만드는 원소[素, 그리스어로 -γεν??(게네스)]라는 뜻에서 산소(oxygen)라는 이름이 붙었다. 독일에서는 산소를 Sauerstoff라고 부르는데 이도 위와 같은 동일한 이유(Sauer + -stoff)에서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예전 사람들이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수많은 원소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원소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하나의 큰 이슈가 되었다. 발견자들은 가끔 자신과 관련된 것을 원소명으로 제안하기도 하였고 그것은 통용되거나 거부되기도 하였다. 어느 누가 빨리 발견했느냐도 매우 중요했던 시기였던지라 비슷한 시기에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된 원소의 경우에는 논쟁이 많았고 지금 부르는 이름으로 통일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우선 이름을 살펴봤을 때 지명의 이름을 본딴 원소들이 바로 보인다. 스칸듐(Sc)은 이 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광물이 많이 존재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따 온 이름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옛 이름 중 하나인 툴레(thule)에서 따온 툴륨(Tm)도 보인다. 홀뮴(Ho)은 발견자의 고향인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Stockholm)의 라틴식 이름은 홀미아(Holmia)에서 따왔다.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스웨덴의 박스홀름(Vaxholm) 근처의 위테르뷔(Ytterby)라는 마을 이름에서 총 4개의 희토류 금속 이름이 나왔다는 것인데 바로 이트륨(Y), 이터븀(Yb), 어븀(Er), 그리고 터븀(Tb)이다. 그 외에는 유럽 대륙의 이름을 딴 유로퓸(Eu), 프랑스 파리의 라틴식 이름은 루테티아(Lutetia)의 이름에서 나온 루테튬(Lu)이 있다. 이렇게 총 9개의 원소가 모두 지명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


그 다음으로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원소들이 있다. 란타넘(La)은 λανθανω(란타노, 감춰져 있다는 뜻)에서 나왔고, 프라세오디뮴(Pr)은 πρ?σιο?(프라시오스, 초록색)와 δ?δυμο?(디뒤모스, 쌍둥이)의 합성어, 네오디뮴(Nd)은 ν?ο?(네오스, 새로운)과 δ?δυμο?(디뒤모스, 쌍둥이)의 합성어이다. 이쯤 되면 디스프로슘(Dy)도 그리스어 파생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δυσπρ?σιτο?(뒤스프로시토스, 얻기 힘들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총 4개의 원소명이 원소의 특질과 관련된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희토류 금속들은 어느 특정한 광물에서 추출되어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 광물 이름을 붙인 경우도 있다. 사마륨(Sa)은 사마스카이트(samarskite), 가돌리늄(Gd)은 가돌리나이트(gadolinite)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참고로 이 가돌리나이트는 여기서 소개된 희토류 금속들 다수를 포함하고 있는 일종의 모(母)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 되지 않은 두 원소가 남았다. 세륨(Ce)은 태양계 내에서 최초로 명명된 1호 소행성인 세레스(Ceres)에서 그 이름을 따왔고, 프로메튬(Pr)은 그리스 신화에서 불을 인간에게 가르쳐 준 죄로 제우스에 의해 영원히 간이 독수리에게 쪼임을 당하는 고통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에서 명칭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위의 이름들의 어원을 간단히 종합해보면 희토류 금속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 두 가지를 추측으로 알아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출토되는 광물에 희토류 금속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름들이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이름에서 나왔고 이들 원소들이 포함된 광물들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광물들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분리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스어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보통 얻기가 어려운 원소들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와 희토류 금속의 관계는 무엇이고 대체 희토류 금속은 그리도 얻기 힘든 것일까?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 화학 교과서로 돌아가서 잠시 오비탈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다음 편에서 계속>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