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체 문자를 자주 보내는 편이다. 왜냐하면 똑같은 공지를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데 그만큼 편리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청년부 회장이 되면서 단체 문자를 보내는 횟수는 가히 기하급수로 증가하게 되었다. 단체문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빼놓는 사람들이 없도록 가나다 순으로 이름을 검색해서 보내는 명단에 집어넣는 것과 문자의 데이터양이 MMS로 넘어가지 않도록 내용을 압축해서 전송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뜻밖에도 최근에 어떤 사람이 내게 단체 문자는 마치 스팸 같다며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말에 따르면 단체 문자는 벌써 도착하는 즉시 이게 단체 문자인지 아닌지가 파악되며 그 순간부터 스팸으로 취급된 그런 단체 문자에 대해서는 읽어 볼 흥미가 영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답장도 늦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단체 문자가 말하고자 하는 정보가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는 파국에 이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겠지 싶었는데 갈수록 생각해보니 뭔가 이건 수신자가 오류에 빠져 있어도 단단히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식으로 단체 문자가 스팸 문자같다고 해서 싫다고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 있다.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잡이로 제공하는 전단지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그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배포되는 정보를 통칭하기에 이르른 스팸은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바로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를 테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대출상담이라든지, 행운의 편지라든지, 혹은 남성확대술 뭐 이따위 내용들을 담은 메일, 문자, 심지어 통화까지도. 하지만 대부분의 스팸은 수취인불명(受取人不明)인 동시에 발송인불명(發送人不明)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낸 이 주소는 모두 역추적이 불가능한 주소이거나 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연락이 닿을 수 없는 주소이거나 아니면 애초에 공개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


그에 반해 단체 문자는 발송인이 명확하다. 게다가 그는 수신인이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뿐인가. 사실 단체 문자는 1:多의 관계가 특별한 것일 뿐이지 가지고 있는 내용은 1:1로 이야기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내일 10시까지 꼭 XX은행 앞으로 나와!' 라고 단체 문자를 보내는 것은 수신인들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똑같은 일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경제적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수신인들이 이의를 제기한다. 단체 문자를 받아 보면 마치 자기는 단체에 끼어 있는 부품처럼 취급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문자를 보내주길 희망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는 속하고 싶지 않다는 구체적인 욕망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단체 문자를 보냈더니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아주 이를 갈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OO야'를 붙여 가며 문자를 보냈더니 이럴수가, 답장이 모두 오는 것이었다. 사실상 내용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에 더 잘 반응했다.


물론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마다하거나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단체 문자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일만하는 것도 아니고 쓸모 없는 정보만을 양산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적어도 아는 사람이 단체 문자를 보냈으면 확인해 보는 것이 맞는 것이지 그걸 스팸 문자 취급한다니 뭔가 씁쓸하다. 문자상에서도 자신이 특별한 대우받기를 원하다니 이 얼마나 유치한 일이 아닌가? 이러다가 청첩장에도 자기 이름이 안 쓰여 있다고 반발할 기세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