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은 남성의 성기 및 그와 관련된 단어와 적나라한 표현이 많으므로 일부 독자의 경우 읽기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음!!!

갓난아기였을 때 부모님들에 의해 '당한' 남자가 아니라면 누구나가 10대를 전후하여 고래를 잡는다는 말에 한 번쯤 아찔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포경선(捕鯨船)에 몸을 싣고 저 먼 태평양에 끌려가는 것을 두려워 해서가 아니다. 다름아닌 '고래를 잡는다'라는 말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포경(包莖)수술을 의미하는 것이기 일종의 동음이의 유희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포경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우리는 고래를 잡는다는 말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포경수술 시기가 다르다. 어떤 이는 갓난아기였을 때, 어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떤 이는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그리고 심지어는 군대에서 했다는 신화적인(?) 이야기도 간혹 들린다. 예전에는 무조건 칼로만 했다는데 언제부턴가 레이저로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리고 얼마간 어떻게 고생했는지, 수술 후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등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어렸을 때 포경수술을 했던 아이들이 이 수술이 어떤 것인지, 왜 하는지 전혀 모른 채 부모님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겼고 무슨 기능을 하는지조차 정확히 모른다. 그냥 어딘가를 슥슥 잘라내었다는 것밖에는 모른다.

항상 먼저 포경수술을 당했던 친구들 혹은 형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이야기는 나름 짜임새 있는 소설로 신기하게도 모든 이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장엄한 대서사는 서곡과 함께 마취와 가위질,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만화책과 함께 종이컵으로 다소 생뚱맞은 종결을 맞는가 싶더니 이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스산하게 밀려오면서 약 4~5일간의 신음으로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 뒤에 마침내 처음 시작했던 그 곳으로 돌아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결과는 해피 엔딩. 수술 이전까지는 전혀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는데, 수술 후에는 갑자기 귀두(龜頭)를 압박하던 양피가 제거되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이제는 더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이런 고통스런 의례를 치르니 나도 이제는 좀 큰 것 같으며 남자가 된 것 같다는 이런 에필로그도 함께 실린다. 이런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써 놓은 까닭은 내가 포경수술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경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가성포경인지라 굳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평상시에 표피가 귀두를 덮고 있지 않으니까 ㅡ 사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으로 당기거나 발기 시에 정상적으로 귀두가 노출된다' ㅡ 굳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였던 것이고, 그래서 수술을 안 받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좀 몇 가지의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우리 가정은 어머니를 필두로 한 수술파와 아버지가 이끄시는 비수술파로 양분되어 수술 여부에 대한 치열한 격론을 펼쳤다. 남들도 다 하는 수술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어머니와 우리 집안은 원래 수술을 하지 않아도 OK라며 강변하시는 아버지의 주장은 (50%의 뻥을 더하자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기 그지 없었다. 그 즈음에야 나는 자신의 성기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남들이 한다는 그 수술이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할례(割例)가 포경수술과 동의어(circumcision)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다들 할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묻는 나의 치기 어린 질문에 대해 아버지는 상세한 묘사도(?)로 토대로 수술의 불필요함을 역설하셨고 결국 그의 주장에 따라 나의 수술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벌써 1학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수의 수술자들 (나는 남중 출신이다.) 속에서 수술하지 않았음을 알리지 않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었다. 그것이 사실 창피한 일은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남들이 되도록이면 알아서는 안 되는 일 같았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 중학교는 1학년이 의무적으로 수영 수업을 듣도록 되어 있어 한 주에 2시간씩 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근사한 수영장에서 늘 수업을 받아야 했는데 옷을 갈아입을 때 정말 민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건은 겨울방학을 기다리는 12월의 어느 과학시간에 일어났다. 당시 조별로 1,4-Dichlorobenzene의 녹는점을 측정하는 간단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벤젠이 상온에서 고체인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클로로벤젠은 상온에서 고체이며 알코올 램프로 가열해 주면 액체로 용융되는데 이 때 알코올 온도계로 온도의 상승이 멈추는 것을 통해 파라다이클로로벤젠의 녹는점을 측정하는 것이 실험의 목표였다. 당시 신형 알코올 램프가 보급되어 한창 열심히 사용법을 익히고 온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실험대 반대쪽에 앉은 아이들은 시간을 재고 있었고, 내 쪽에 앉은 아이들은 온도계 눈금을 읽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실험대의 높이는 중학생 평균 키의 소유자였던 나의 허리춤 정도에 오는 정도였다. 실험이 끝나고 실험대에 몸을 딱 붙인 채 팔을 뻗어 실험 기구를 준비하려던 찰나, 나는 순간 이상한 것을 경험했다. 이것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ㅡ 게다가 여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ㅡ 아무튼 표현을 하자면 몸을 붙이고 뻗다 보니 실험대 모서리에 의해 표피가 벗겨져 귀두가 노출된 그 상태가 된 것이다. 물론 속옷과 바지를 입고 있었으니 아무도 내가 왜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지 알지 못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기묘하기도 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이내 손으로 바지를 정돈하는 척 하며 정리(?)를 하여 긴급 상황을 모면했다.

그런 기분은 생전 처음이었다. 안에 있어야 할 것이 불현듯 감시를 잘못하여 바깥으로 빠져나온 느낌? 나는 아버지의 설명을 곱씹으면서 이게 바로 그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말 나는 수술을 안 받아도 되는 것인가, 수술 받은 아이들은 내가 노출되었다고 생각했던 그 부분이 항상 드러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그런 상태를 만들 수 있지? 나는 그날 하교 때부터 9시까지 정말 그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 모든 상황과 경과를 어머니께 말씀드렸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손으로 '벗겨(?)' 보겠노라고 했다.

한 20분동안 손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표피의 출구는 아직 귀두가 노출될 정도의 크기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손으로 당길 때 약간 통증이 있었다. 좁은 입구를 통해 큰 물체를 꺼내는 일과 같았다. 몇 번의 고민 끝에 이런 건은 '순식간에' 해결하는 것이 통증도 줄이고 확실하게 결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눈 질끔 감고 손으로 확 당겼다. 그랬더니, 오 이럴수가. 진짜 밀려 벗겨졌다. 내 눈앞에는 내 몸의 일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경한 어떤 부분이 있었다. 아버지의 삽화가 떠오르면서 아 이게 귀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귀두 대부분이 하얀 어떤 물질들로 드문드문 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계란 찌꺼기같은 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영 보기에 좋지 않아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그것은 치구(恥垢, smegma)라 불리는 일종의 때와 같은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놀랍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이전에 사정(射精, ejaculation)했던 것들이 여기에 남고 남아서 혹시 부패하거나 변성되어서 이런 게 생긴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그래서 곧바로 화장실로 가서 이것들을 깨끗하게 제거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이게 아마 포경수술을 받았던 친구들이 느꼈던 고통이 아닌가 싶은 부분인데, 이제 막 노출된 귀두는 아직 표피에 덮여 있던 시절을 못 잊었는지 습윤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 노출된 부분이 표피가 아닌 다른 부분 ㅡ 예를 들면 속옷 안감, 사타구니나 다른 피부 등 ㅡ 에 닿고 또 닿았다가 떨어질 때 (이 때가 더 중요하다.) 느껴지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치 정전기를 띤 두 물체가 붙었다가 떨어지는 것 처럼 천천히 서로에게서 멀어지는데 이 때 수반되는 고통은 정말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이 당시 삼각이 아닌 사각 속옷(트렁크)을 착용하기 시작하여 한창 적응하고 있었는데, 사각 속옷을 입을 경우 삼각 속옷과는 달리 제한되지 않은 공간 안에서 성기가 아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문제가 있었다. 노출된 귀두는 이러한 이유로 자유롭게 왼쪽 사타구니에 붙었다가 몸을 돌리면 다시 오른쪽 사타구니에, 어쩌다가 속옷 안감에, 심지어는 뒤로 발라당 누워(!)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여 이로 인해 2~3일 밤마다 자는데 고통을 움찔움찔 느껴야 했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었다. 노출된 귀두가 점점 바깥 세상에 적응함에 따라 점차 말라가고 있는데, 이제는 벗겨낸 표피가 심각하게 부어오르는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말 공포스럽기 그지 없었다. 표피가 너무 심하게 부어올라서 성기의 둘레가 이전의 두 배 남짓 두꺼워지는 수준에 이르자 (심하게 얘기하자면 발기 그 이상의 수준이었다.) 이제는 고통이 귀두가 아닌 귀두 주변부의 부어오른 표피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부어오른 형상이 무섭기도 하고 게다가 증상이 사흘이 지나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것은 부모님께 다 보여드리고 ㅡ 아마 어머니께서 내 성기를 본 건 이 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ㅡ 증상 완화를 위한 타개책을 궁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어머니는 혹시 모를 감염 및 소독 문제를 대비하여 요오드제를 사오셨다. 하지만 1주일여가 지나면서 급속도로 붓기가 빠지면서 상황은 빠르게 호전되었고 예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 이후 1년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쳐 그리하여 나는 진정한 가성포경의 상태가 되었다. 흔히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 청결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특별히 이것으로 인해 다른 질병이 발생한 예는 아직까지 한 건도 없었다. 처음에는 다시 표피가 귀두 전체를 덮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중학교 2~3학년 때 급속한(?) 성장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남들이 봤을 때 약간 다름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그것을 정확하게 무엇인지 인지한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서 이 때 이후부터 나는 포경수술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펴는 사람이 되었다.물론 일부 포경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며 포경수술로 표피를 잃음으로서 신체의 일부만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자연적인 여러 기능들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정말 그 경우에 속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여기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가 있다.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특히 갓난아기 때의 포경수술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저지르는 첫 범죄라고 생각한다. 일단 신생아와의 합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의 인식과 동의 없이 부모가 자의적으로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 않으며, 또한 가장 큰 이유는 신생아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갓난 아이도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 미국 소아과학회의 연구발표로 드러났고, 신생아 시기의 포경수술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많은 논의를 거친 상태이다.

포경수술 찬반은 포경수술을 많이 행하는 미국, 한국에서 십수년간 이어진 해묵은 논쟁거리이긴 하지만 아무튼 아직 무엇 하나도 확실하게 결론난 것은 없다. 자료를 찾아보니 청결 문제 뿐 아니라 성감대, 성기의 크기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필요성 유무를 떠나 한 가지 경계해야 하는 것은 포경수술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포경수술 당사자가 아니라 포경수술 시술자인 의사들이라는 점이다. 포경수술은 보험과 무관한 시술로서 포경수술 1인당 15~20만원 정도의 순수입이 의사에게 떨어진다고 한다. 때문에 순수한 생물학적 이유가 아닌 경제학적 이유로 의사들이 포경수술을 지지하고 남자들에게 권해 왔던 것이라면 이것은 당장 시정되어야 옳은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이것은 남성 인권의 유린과도 같은 것이지 않은가? 지금까지 의사들이 우리에게 행한 전횡에 대해 거세게 들고 일어나는 것은 남자들의 마땅한 권리이다. (물론 이것은 포경수술이 정말로 무익하다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내 주변에 이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 남성의 90% 이상이 포경수술을 받는다면 수 %는 안 받았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내가 아는 주변의 100명 중 몇 명은 포경수술과 무관하게 살았다는 것인데, 왜 그 몇 명을 만나보지 못했지? 아, 포경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별로 점잖치 못해서였나? 그러면 메일로라도 말해주면 좋겠다. 좋은 사실은 공유하면 좋지 않은가? 으허허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