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주사(接周辭, circumfix)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접두사(接頭辭, prefix)와 접미사(接尾辭, suffix)에 익숙하지만 그 외의 접사(接辭, affix)에는 익숙하지 않다. 접두사와 접미사가 줄기(stem)가 되는 어근의 앞 혹은 뒤에 붙어 의미를 확장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접주사는 양끝에 한쌍으로 붙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접사이다. 사실 접주사라는 말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조차 등재되어있지 않은 말로, 일본의 번역 표기를 차용한 것이다. 그말은 한국어에는 접주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일본어에는 접주사의 개념을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는 뜻인데, 대표적인 것이 경어(敬語)표현에 쓰는 お+(連用形)+になる가 그것이다. 동사를 중심으로 양 옆에 저런 표현이 붙으면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어법이 된다.


서양 언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접주사는 독일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어에서 접주사는 Diskontinuierliches Morphem이라고 부르는데 직역하면 '불연속 형태소'이다. 접사 역시 형태소의 일종이고 접주사는 줄기가 되는 단어의 양 끝에 나눠서 붙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독일어의 접주사는 동사의 과거 완료형을 만들 때 나타나며 많은 경우 ge+(root)+t의 형태이다. 예를 들어 '공부하다'는 뜻의 studieren의 과거 완료형은 gestudiert이고, '놀다'는 뜻의 spielen의 과거 완료형은 gespielt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주사가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조지아어이다. 조지아어의 접주사는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르는 자기 나라 이름에서부터 볼 수가 있는데 조지아는 조지아어로 사카르트벨로(??????????, sakartvelo)이다. 여기서 접주사에 해당하는 것은 앞의 사(??, sa)- 와 맨 끝의 -오(?, o)이다. 따라서 ??????????라는 말은 ??+???????(?)+? 로 분석 가능하다.


그렇다면 ??-(  )-? 접주사는 어떤 뜻인가? 보통 이 접주사가 붙게 되면, 문법적으로 접주사가 둘러싼 단어에 해당하는 존재가 살거나 지내는 지역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사카르트벨로라는 단어의 직접적인 뜻은 '카르트벨리아 사람들(????????, Kartvelian people)이 사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카르트벨리아 사람들의 대다수는 조지아인이므로 결과적으로 이 단어는 조지아를 뜻하는 단어가 되는 것이다. 접주사를 통해 지명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가레조(????????)라는 이름이 붙은 도시가 있는데, 이것은 '가레자(??????)'라는 산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이 있다.


하지만 꼭 지명 이름에만 이 접주사가 쓰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왕'은 조지아어로 메페(????, mepe)인데 여기에 해당 접주사가 붙어 만들어진 새로운 단어 사메포(??????, samepo)는 '왕국'을 뜻한다. 또한 추상 명사가 들어가도 말이 되는데 한 가지 예로 '법'을 뜻하는 단어 사마르틀리(????????, samrtli)에 접주사가 붙으면 '법정'을 뜻하는 사사마르틀로(??????????)가 된다. 법정에서는 법과 법을 다루는 법관들이 있으니 쉽게 이해가 가는 조어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은 넓고 언어는 많다. 그리고 우리가 일찌기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형태론적, 음운론적 실재와 현상은 곳곳에 널려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