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구과제에서 특허와 기술이전 항목에 대해 연구자들에게 상당히 강한 압박을 준다는 인상을 좀체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들어선 이번 정권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일전에 부처 관계자가 과제 평가지표로서 논문보다 특허나 기술이전을 더 중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많은 연구책임자들이 특허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특허도 물론 중요한 과제성과이다. 사실 연구의 결과를 꼭 논문으로만 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 형태로 보존할 수 있다. 특허가 논문보다 못하다든지 결코 허튼 것이 아니다. 특허는 논문과 마찬가지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만이 출원 및 등록할 수 있으며 각국의 특허청과 심사기관에서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지 않고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연구와 탁월한 사유를 통해서만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니만큼 특허를 쓰고 이를 보유하는 것 역시 연구과제가 해내야 할 아주 중요한 사명 중 하나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공학이나 응용 학문에서는 아주 중요한 특허들 ㅡ 소위 key patents ㅡ 은 훗날 원천기술 확보와 실용화에 매우 큰 기여를 하게 될 뿐만아니라 거대 산업 세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와 물밑 전쟁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든든한 '총알' 역할을 한다. 특히 삼성과 애플 사이의 특허 전쟁은 특허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데 아주 훌륭한 역할을 했다. 특허는 (교묘히 애국심과 결합되어) 실제로 '(우리가 먹고 살기에 필요한) 돈 버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고도로 전문화되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물로 인식되었다. 나도 그것을 부정하는 바 아니다. 첨언하자면 그래서 나도 이번에 특허를 썼다.

 

하지만 최근 특허와 기술이전을 강조하는 연구재단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면 다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특허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원칙적으로 이공계 사람들은 '연구'를 하는 사람이고 따라서 과학적인 성과가 산업적 측면에서의 성과보다 경시될 수는 없다. '과학적'이란 말이 '산업적'이란 말과 상호 교환 가능한 표현이 되지 않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모든 과학이 산업으로 직결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순수 학문과 응용 학문의 경계가 무너졌고 서로 융합되기로서니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 말은, 결국 연구책임자들로 하여금 특허와 기술이전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분야는 특허와 기술이전이 더 쉽고 의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는 논문으로 내는 것 이외의 다른 지적재산권의 보유가 무의미하거나 혹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재료화학은 특허 출원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론 화학자들에게 특허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전통적인 분광학자들에게 특허가 매력적이지 않아도, 최근에 각광받는 나노기술 학자들에게는 특허를 빨리 얻어서 남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화학 분야가 이럴진대 다른 과학, 공학 분야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항상 모든 것들은 균형있게 가야지 단 하나의 지표로만 모든 것을 정량적으로 판단하려 든다면 제대로 된 평가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연구과제는 실패하게 될 것이다.

 

특허 강조 이면에는 우리가 이만큼 너희에게 돈을 퍼부었으니 '돈 되는 성과'를 내놓아서 은혜에 보답하거라, 하는 추수꾼 마음씨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다소 불편하다. 나도 '돈 되는 성과'를 내놓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실 그 모든 것들이 균형적으로 진행되어야 진정한 사회와 과학과 기술 사이의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경제적 풍요과 직결된다는 그 오만하고 유치한 발상이 최근의 연구과제 평가 분위기의 근간을 이룬다면, 그리고 진짜 '돈이 되는 특허'가 연구과제 평가지표로 특허를 강조한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계신다면 그건 정말 오산이라고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다. 분명히 이것은 연구의 질 저하로 연결될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