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결정을 할 때 의견이 제대로 합치가 안 되고 분열되거나, 상부나 집행부에서 결의한 사항과 정작 실행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전혀  착착 맞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불협화음이 난다'라고 표현한다.

불협화음이라는 말은 물론 음악용어이다. 고대 서양음악가들은 반음, 온음 등의 개념을 통해서 떨어진 두 음 사이의 길이가 장음정이냐 단음정이냐 완전음정이냐 혹은 증,감음정이냐 이런 것들을 일일이 계산해 내었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사실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

불협화음은 사실 전혀 협동하여 화음을 이룰 수 없는 음들이다. 고대 음악가들은 증4도를 예로 들었으며 전혀 조화롭지 않은 소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사실 불협화음은 치기 쉽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손가락 다섯개를 펼친 뒤 랜덤하게 건반을 눌러보면 그것이 곧 불협화음이다.

우리 귀는 조화로운 소리가 익숙하고, 또 잘 받아들인다. 현대음악가들이 생산하는 난해하고 부조화스런 불협화음들은 협화음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무한한 음악적 창조력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눈살을 찌푸리고 현대 음악을 듣게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 마치 불협화음을 내는 상황을 지켜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처럼.

텐션은 불협화음과는 다르다. 긴장. 텐션은 화음에 긴장을 불어넣는 음들 (세븐, 나인, 일레븐, 써틴, 그리고 거기에 샵 혹은 플랫이 붙은 것들도)이다. 왼손으로 도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한 옥타브 높은 '도미솔'을 누르면 완전히 안정된 상태로 끝나지만 오른손으로 '도미솔시'를 누르면 뭔가 긴장감이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텐션은 그래서 재즈의 기본이라고도 한다. 텐션을 적절히 적용하면 곡의 분위기를 좀 더 띄울 수 있다. 텐션이 들어간 화음은 뭔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린다. 악보상에서 보면 왠지 깰 것같은 이상한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실제로 눌러보면 보기보단 듣기에 좋다. 그것이 텐션의 묘미이다. 하지만 텐션은 랜덤하게 붙지 않는다. 어떤 코드에는 어떤 텐션이 가장 적절하다는 선구자들의 기록은 늘 있으며, 곡의 분위기에 맞춰 텐션을 사용하는 것이 거의 철칙 중 철칙이다.

자, 이야기를 좀 바꿔보자. 사람은 살면서 참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단체에 속한다. 이미 우리가 사는 사회 자체가 이미 거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윤리적인 사고가 깬 이후부터 사람은 하나의 단체를 이루는 각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유지와 발전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런 단체에서 중요한 건 조화이다. 구성원들은 단체의 목적과 성격, 분위기와 지향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몇몇 구성원들이 가끔씩 단체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불협화음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경우에 단체 내에 분란과 분쟁이 싹트게 되고 스스로 붕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걸 알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들이 '튀는 사람'을 단속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비단 독재정권이 아니더라도 안정된 모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심히 '튀는 사람'은 꺼리는 것이 당연지사.)

사람은 불협화음을 만드는 음정이 되지 말고 텐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뜻대로 무작위적으로 살아가지 말고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그러나 확실한 판단 하에서 자신의 독특한 삶과 생각을 특별하게 표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럼에도 그 단체에 충분히 녹아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불협화음이 어울림과 괴리감을 느끼는 존재라면 텐션은 어울리지 않음과 어울림을 동시에 가진 존재이다. 불협화음은 안정한 음정과 완벽히 분리되어있지만, 텐션은 안정한 음정들과 다른 존재인 듯 하면서도 함께 모일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선호할 만한 대상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양음악은 협화음정을 사용하다가 점점 불완전협화음정을 사용하게 되었고, 점차 반음계를 사용한 복잡한 화성이 등장하다가 결국 현대음악에 이르러 불협화음이 본격적으로 주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협화음이 많은 세상. 안정한 음정으로 평범히 사는 것도 좋은 것이지만 더욱 더 풍성함을 선사하는 텐션으로 살아가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때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