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욕을 정말 드물게 쓴 경우에 속한다. 내가 처음으로 욕이란 것을 입에서 처음 내뱉은 것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으니까 ㅡ 실제로 이런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도 흔치 않다. ㅡ 아마 10년전이다. 그 이후로 내 입에서 터져나온 욕은.. 음.. 아무리 많아봐야 100번 이내일 것이다.

교육받기를 욕은 해서는 안 되는 일종의 '금기'였다.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욕을 하시는 경우는 전혀 본 적이 없었으며 주변 친구가 온갖 비속어를 섞어가며 ㅡ 물론 초등학생 시절에 ㅡ 말을 할 때에도 그걸 그대로 복사해서 내 입으로 차마 읊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지금 내 입으로 욕을 만약 한다면 상당히 어색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욕의 '맛'이 안 살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맛'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성격상, 실컷 욕을 해대는 사람을 보면 대놓고 경멸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언어가 대중이고 욕설이 특수해야하는데 요즘은 욕설이 대중이고 일반 언어가 특수이니, 대중가요, 대중영화에서는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을 볼 때 욕을 안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욕 쓰는 대중 속에서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고 3 때 수능 공부를 할 때 '욕설이란 마음에 내재된 불만과 분노가 집약되어 터져나오는 일종의 수단'이라는 글을 보았다. 이것을 인정한다.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낼 때 나오는 욕설은 인정된다. 영어에서 f-word를 쓰든 육두문자를 쓰든 어쨌든 욕설을 시원하게 질러대고 소리를 쳐대면 한꺼번에 분노를 발산시키는 어떠한 효과를 얻게 되는 건 뭐.. 인정한다.

나도 엄청나게 짜증나고 분노가 치밀 때면 욕설이 한둘 ㅡ 물론 그 정도가지고 무슨 그게 욕이냐고 물으면 내가 대답할 말은 없지만 ㅡ 나오긴 시작한다. 그러나 요즘 친구들은 너무나도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일상 생활이 그들에게는 불만과 분노인 것일까. 몇몇 사람들의 입은 욕만으로 자신의 대화를 이어나갈 기술까지 지니고 있다.

도대체 왜 안 써도 될 'X발'이라든지 'X새끼'라든지 이런 말들은 무슨 고려가요의 여음구마냥 계속 스스럼없이 집어넣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X나'라는 이 수식어가 정말 듣기 거북하다. 그냥 '진짜', '정말', '아주', '되게' 고를 것도 많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그런 저속한 말을 쓰게 되었을까.

영화같은 곳에서 이런 욕들은 아주 일상적이다. 이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의 몇몇 영화를 보면 남자 주인공들은 숨을 몰아쉬면서 F*ckin'이라든지 뭐 그런 용어가 많이 나온다. (사실 미국이 더 심할 것이다. 한강에서 만난 재미교포로 보이는 사람은 계속 F*ck을 입에 달고 다녔다.)

욕이 일상화된 친구에게 좀 자제하자고 권하면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두 개의 공용어가 있는데 일방적으로 하나를 자제할 것을 강요할 권리는 내게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어감이 세고 좀 더 격정적인 새로운 욕을 수입하는 게 더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바른 언어생활을 할 의무는 모두에게 주어져있는 데 욕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건 꼭 보이지 않는가보다. 사회가 계속 욕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아닌 권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면 언젠가 비속어와 욕설들도 국어대사전에 버젓이 등재되지 않을까 씁쓸하다.

욕은 귀로 듣지 말아야 할 말이지 입으로 할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욕은 입에 달고 다닐만한 가치가 있는 언어는 아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