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시간, 혹은 윤리시간에 우리는 '다원주의'에 대해 배운다. 근대 이전에는 한 가지 사상 혹은 한 가지 개념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여서 흑백논리 혹은 독선적인 것들이 사회를 휘젓고 다니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민주 사회에서는 어느 것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고 각자의 주장, 생각을 존중해 주고 그 다양한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는, 다원화된 세상을 추구했다.

물론 이 세상에 모두 다원주의를 중심 기치로 내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자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다양한 가치를 우선으로 삼고 있고,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한 나라 안에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늘 다원주의 얘기가 나오면 이 종교 얘기는 빠질 수 없다. 특히 선교활동이 가장 왕성(?)하고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개신교에 관해서는 특히 더 심하다.

혹자는 개신교의 '예수천국, 불신지옥' 식의 전도활동이 종교 다원주의에 위배되는 활동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은 제대로 된 현대 종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개신교는 너무나도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종교적 다원주의에 의하면 불교나 이슬람교, 혹은 다른 종교로도 종교적인 활동을 하며 그 종교들 나름대로의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데 개신교는 이것들이 모두 옳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하니 이것은 완벽한 독선주의라는 비난이다.

사실 기독교(천주교는 약간 눈에 띠지 않으나, 개신교는 활발하다)와 이슬람교는 교리 자체에 공격적인 포교적 사명이 담겨져 있다. 기독교 교인들은 사도행전 1장에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라고 쓰여있듯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슬람의 이에 못지 않은 포교활동은 그들의 정복전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듯 싶다.

그러나 개신교의 이러한 전도활동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비난할 바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에휴. 예수쟁이들이 또 붙어서 귀찮게 되었구나' 이렇게 짜증을 내는 건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생각이지만, 이러한 활동 때문에 그 종교가 비난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마치 먹다 남은 음식 주변에 다음날 개미가 득실거리는 것을 보고 개미의 천성적인 동물성을 부정하다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물론 이러한 짜증 때문에 개신교에 대한 인상이 부정적이게 되어서 개신교가 싫어졌다고 말하겠지만, 이는 제대로 종교를 알지도 못한 채 감정에 의해 한 종교를 싫다고 단정지은 것에 불과할 뿐, 사실 아집과 짜증으로 어설프게 구색을 맞춘 자신만의 논리에 불과하다. (결국 왜 싫어하냐? 고 물어보면 사실 답을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개신교가 자신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외치는 것은 정당하다. 사람들이 종교 다원주의를 이상하게 해석하는 게 문제다. 다시 말해 종교 다원주의는 말 그대로 '종교'의 다원주의일 뿐, '교리'의 다원주의가 아니다. 만일 개신교가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신교가 아니다. 이것은 교리에 원칙적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종교 다원주의는 이를테면 부처님오신날에 교회에서 현수막을 걸어주고, 성탄절에 사찰에서 현수막을 걸어주고,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시국의 현안을 위해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서로의 종교적 관점 차이 때문에 생기는 반목과 끔찍한 살상이 없어지게 하는 것이지 절대로 이 길도 좋고 저 길도 좋다는 식의 교리 다원주의가 아니다.

자기가 믿다는 걸 유일하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면 이건 한 사람이 가지는 신념의 자유, 권리가 훼손당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알리고 전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면 신념을 표현할 자유, 권리가 훼손당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회주의자들도 제 목소리를 내고, 사이비 교주도 제 목소리를 내는 이 나라에서 왜 개신교 신자들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쳐서는 안 되는 것일까? 나는 항상 의아스럽다.

물론 그런 활동의 정도에 대한 문제는 있다. 남의 사생활이나 공적인 활동을 방해할 만한 그러한 활동은 개신교에서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정도'의 선에서 그쳐야지 종교 자체를 비판하자면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소치가 아닐까. 종교를 비판하려면 그 종교를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할텐데 우리나라에는 그걸 제대로 알려고 하는 사람은 없고 오직 종교의 추한 모습만 드러내어 그걸 논거로 삼는 사람들 ㅡ 그들은 자신들을 당당히 '무신론자'라고 표현한다. ㅡ 이 많다.



아참. 한편으로 드는 생각. 사람이라면 종교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절실히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교적 다원주의'의 관점을 차용하자면) 어쨌든 누군가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