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고를 관통해서 집으로 오다가 하늘을 보니 오랜만에 오리온자리를 볼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별자리였다.

어떤 사람은 북두칠성을, 혹은 카시오페아자리를 찾기 쉽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별자리 책을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오리온자리를 찾는 것이 매우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삼태성'이라고 불리는 허리 부분의 세 개의 별은 오리온자리가 '나 여기 있어요~' 하는 신호와도 같은 곳! 여기만 찾아내면 금세 오리온의 모습이 나타난다. (과자회사 오리온이 아니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별자리에는 신화가 얽혀있다. 사실 그 이름도 거기서 나온 것이다. 옛날 천문학자들이 별의 위치를 잘 기억하기 위해 제작했다는 별자리, 그러나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보다 별자리에 얽힌 그 이야기를 찾는 것이 더 흥미롭고, 상식(?)에 도움이 된다.

나는 오리온자리와 함께 같은 신화에 얽혀있는 전갈자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심장부에 위치해있다는 그 적색거성 안타레스는 내 눈으로 확인해 본 적이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망망대해보다 더 거대한 하늘에서 내 어찌 얄팍한 지식으로 별을 찾나.. 그래서 별자리 조견판은 어렸을 때 내가 정말 갖고 싶어했던 물건이었다. 어린 마음에 북반구에서는 '남십자별자리'와 '케이블카별자리'를 못 본다는 사실에 매우 애석해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 망원경을 들고 달을 보면서 '토끼가 있네?' 하던 것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웃 수련회를 갔을 때 새벽에 일어나 행보할 때 하늘에서 찬란히 빛나는 북두칠성 국자를 보며 환호했던 것도 생각난다.

나는 하늘과 우주가 내 미래의 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천문학자가 아니고서야 별을 관측 혹은 관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같은 범인들에게는 하늘은 눈요기감이다. 쳐다보고 만족함을 느끼면 그만이다. 기상학자, 과학자들은 하늘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 운량, 오존층 농도의 변화를 찾아내지만 우리는 낮에는 하늘과 구름, 태양, 밤에는 푸르스름하게 검은 하늘과 별, 달을 찾을 뿐이다.

하나님께서 네번째 날에 창조하신 것이 해, 달, 별이라고 하셨다. 최초의 인류인 아담부터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별들이 힘차게 내뿜는 광자들이 우리 눈에 전달되기까지에는 어마어마한 거리도 문제가 되겠지만 정작 그것들이 지구에 도달한다 해도 대기의 두터운 오염의 이불을 뚫고 가기가 영 쉽지가 않다. 게다가 별들이 내뿜는 광자보다 거리의 네온사인, 등불에서 나오는 광자에 이미 익숙해진 우리들의 눈이다. 별들의 헌신이 까만 밤하늘 속에 묻혀버리는 그야말로 슬픈 순간이다. 인류 역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별들의 진면목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크게 슬퍼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쨌든 확실한 건, 오리온자리 하나는 확실하게 건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ú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