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락실에는 한 대만 외로이 돌아가고 있다. 옛날에는 아예 Pump it up(이하 펌프)방이라고 펌프만 죄다 설치해 놓은 곳도 있었다. 가격도 예전엔 500원이었지만 이제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곳도 많다.

사실 화살표가 올라올 때 그 템포에 맞춰 발로 밟으며 춤추는 것은 일본의 DDR이 원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안다미로'에서 만든 'Pump it up'이 훨씬 많은 인기를 끌었다. DDR은 →←↑↓ 이렇게 네 개이지만 펌프는 ↖ ↗ㅁ↙↘이렇게 다섯개가 있다. 그래서 인기가 많았던 것일까?

노래가 좀 더 친숙한 우리노래라서 인기가 많았을 수도 있다. 아참. 펌프 2nd에 나왔던 노바소닉의 '또다른 진심'은 엄청난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래서 유일하게 펌프 3rd까지 살아남은 노래가 되었다.) 나는 펌프 4th까지만 해 보고 관뒀다. 실력향상도 없었을 뿐더러 500원씩 쓰면서 제대로 못 해볼 바에야는 관두자 하는 심사였다. 사실 그랬다.. 전혀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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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펌프를 해 본 것은 아버지 동창회 모임 있을 때 애들을 모두 이끌고 오락실 갔을 때였다. 그 때 펌프 2nd가 출시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멋모르고 Easy를 눌러서 마음껏 했었다. S#arp의 'Tell me Tell me'는 당시 극악의 난이도로 내게 다가왔다. (물론 너무나도 쉬운 노래가 되고 말았지만.)

그 후에 2배속, 마음대로 고르는 법 등을 익히고 Hard와 Easy를 넘나들면서 재미있게 했다. 2nd 당시에는 젝스키스의 'Com' Back'을 깼을 때 엄청난 환희가.. 헤헷.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그 회전.. '깊깊깊깊어갈수록..' 거기서는 어쩔 수 없이 돌 수 밖에 없었다. 몇몇 친구들은 Double로 했는데 노바소닉의 '또다른 진심'을 할 때 통통 튀어다니던 작은 친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건 아주 힘든 고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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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3rd - the O.B.G 가 나왔을 때는 그야말로 즐거움이었다. 정체불명의 Banya라는 그룹의 노래가 봇물처럼 쏟아진(?) 버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악몽과 Pumping it up이 재미있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마음대로 고르는 것이 안 되어서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는데 Hard에서 처음 세 개를 무난히 통과하면 보너스로 하나를 더 할 수 있었다. (기억하는 사람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보너스로 등장한 것이 '서울구경 ㅡ 제목이 맞는지는 모르곘지만 시골영감 처음타는 기차놀이~ 어쩌고 하는 노래', 'Turky March', 'Extravagenza', '그녀는 피자를 좋아해'. 그 중에 가장 쉬운 '서울구경'을 깨는 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도무지 발이 따라주지 않으니 이거 원...;; 그래도 집념 끝에 해내고 말았다. 오오~

문제는 Turky March였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노래에는 1/4박자 스텝이 '따닥' 하고 몇 번 있다. '딱딱'은 밟기 쉬워도 '따닥'은 왠지 Miss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이후에 쏟아지는 화살표의 향연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또 누군가! 화살표 그려진 이른바 족보까지 파헤치면서 연습한 끝에 해결!! 이제 나머지 두개 'Extravagenza'와 '그녀는 피자를 좋아해'가 남았다. 그런데 그 두개는 너무나도 거대한 산이었다. 특히 '그녀는 피자를 좋아해'같은 경우는 딴 사람이 하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 결과 바로 포기였다(이른바 GG). Extravagenza는 몇 번 시도해봤지만 도저히 허리와 다리가 따로 놀 수 없는 신체적 결함 때문에 번번히 문이 꽝 닫히면서 'Hey! Why don't you~' 하는 기계의 비난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니, 어떤 사람은 Crazy라는 별 괴상망측한 모드로 해도 깨는 사람이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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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4th가 출시되었다. 나는 내 친구와 한번 시도해보기로 하고 갔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엄청난 좌절을 느껴야했다. 도저히 C, D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옆에서 백지영의 'Sad salsa'를 Double로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얼 빠지게 보고 있기만 했다.

결국 4th는 한 번 딱 해보고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고 백기를 올렸다. 4th에 나온 곡 중에 노바소닉의 '뛰어봐'라고 있었는데, 정말 그 날 뛰기만 하고 나왔다..;;

Banya는 다른 곡들도 리메이크해서 펌프에 올렸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Beetoven의 '비창' 3악장일 것이다. 일례로 내가 고1 때 교내 피아노 대회 나갔을 때 친 것이 바로 저 곡이었는데, 교실로 돌아온 나를 보고 애들이 하는 말이

"펌프에 있는 노래지?"

라는 말이 먼저 나왔더라...



온 나라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펌프. 물론 시대는 지나가고 펌프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즐겁고 재미있는 기계였음에는 틀림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