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영어 회화 프로그램이 어디선가 들려왔다. Hi, everyone 어쩌고 저쩌고... 너무나도 익숙한 bilingual의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 뒤이어 따라오는 원어민 남자의 목소리. 이런 출연진 커플도 사실 좀 식상하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 오늘은 갑자기 T.G.I.M~ 이러면서 인사를 했다. 티지아이엠? 아니, 내가 티지아이에프를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데 이 사람들은 T.G.I.M이라고 두어 번 반복해서 말한다. 뜻이야 T.G.I.F를 패러디해서 'Thanks God It's Monday.' 정도 되지 않을까. 아 생각해보니 이날 방송은 월요일분이었다.

T.G.I.F는 주5일제 근무가 광범위해지기 전에는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쓸모없는 말, 정서에 맞지 않는말, 그림의 떡인 말과 같았다.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 대학생들만이 T.G.I.F를 외칠 뿐, 사실상 금요일이 다름없는 평일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을 때에는 T.G.I.F를 외칠 만큼 금요일이 자유와 휴식의 신호탄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아무튼 이제는 금요일이 과거 토요일이 지니던 지위를 가지기 시작했고 실제로 우리 아버지께서는 금요일엔 아예 마음 놓고 생방송 심야토론을 보실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대학생이 되면서 금요일 수업이 완료되었을 때의 그 안도감을 느끼며 T.G.I.F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주 5일제에도 변함없이 그 지위를 확고하게 잡고 있는 날이 있으니 바로 월요일이다. 직장인들이 월요일만 되면 휴식을 접고 출근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확실히 월요일은 평소보다 더 많이 막히고, 지각의 위험이 높아서 더 스트레스가 쌓인다. 어제까지 편히 지내다가 앞으로 5~6일간을 바쁘게 살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턱턱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죽하면 월요병(げつようびょう)이라고 부를까. 어느 누구도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주일에는 병을 붙이지 않는다. 애꿎게 출근길의 시작이 된 월요일이 병명을 낳는 불운을 겪게 된 것이다.

T.G.I.M이라는 인사는 다분히 스스로 위안을 삼는 면이 있다. 자기 최면인 셈이다. 월요일인 것을 감사하게 여기자. 말 그대로 그렇게 '여기자'라는 것이다. 감사할 일이 아님에도 감사하자.

공부와 업무, 과제와 제출서류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면 어쩌면 월요일이 행복시작, 금요일이 행복 끝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T.G.I.M이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오는 것일까. 글쎄, 이것도 생각 나름이 아닐까.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은 그간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시원한 금요일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는 구토를 일으키는, 해골에 괸 월요일이었다는 사실처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