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라면을 끓여 먹다가 TV를 켜니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는 독립영화를 EBS에서 방영하고 있었다. 상영시간은 30분 정도. 라면은 막 먹기 시작했다. 아, 그러면 라면 먹으면서 영화를 보면 되겠구나.

그런데 이 영화, 정말 이상하다. 독립영화라 그런가? 등장하는 캐릭터가 정말 기묘하기 짝이 없다. 사실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는 소설 자체를 모르기에 소설과 영화와의 연관성은 도저히 알 길이 없는 데다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관람'이었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어서 '이게 대관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면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독립영화를 몇 번 봤더라. TV에서 제대로 한 번 봤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때는 이런 식으로 끔찍(?)하지는 않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까지도 도대체 이 영화가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해 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나 이것 참. Quantum Field Theory에 대해 어떤 주부에게 강의를 하는 강사나 이 독립영화나 다를 게 뭐가 있나.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겠지. 그건 마치 뛰어난 머리를 가진 물리학도가 Quantum Field Theory의 설명을 듣고 감동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확실한 건 내가 영화감상에 대한 '머리'가 많이 발달하지는 못했다는 것이고, '독립영화'를 감상할 수준은 안 되고 단순히 시청하는 수준이라는 것.

대체 마지막 그 장면은 무슨 의미인 거야? 이 영화를 찍은 배우들은 영화를 다 이해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겠지? 하긴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자신을 그 캐릭터에 온전히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치면 배우라는 직업도 꽤나 머리가 좋아야 한다.

내 참, 어느 곳에서나 머리가 좋으면 다 통하는군. 머리 나쁜 건 그럼 원죄(原罪)란 건가. 아우, 씁쓸해.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