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단기선교 때 다녀온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많은 미얀마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자국의 열악한 노동 수당을 받으며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국경을 넘어 태국에서 차별을 받더라도 좀 더 나은 수당을 받아 모국의 친지들에게 부치겠다는 정말 절박한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오전부터 밤까지 뼈 빠지게 고생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나온 한 달 월급의 절반 이상은 미얀마로 송금한다. 그러면 그 남은 돈은 얼마냐 하면 우리 나라 돈으로 3만원 정도 한단다. 그것으로 1달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토록 서러운 그들의 삶에 어쩌면 예수 그리스도의 평안과 자유함이 필요했기에 선교가 한창 꽃피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들은 그런 '박봉'속에서도 헌금을 그치는 법이 없었고 그 결과 태국 내 미얀마인을 상대로 한 선교는 번창, 그 자체라고 선교사님이 말씀하셨다. 물론 미얀마인을 향한 선교는 곧 구제요, 삶의 어려움을 나누는 일이다.

그렇다면 미얀마가 그렇게 못 사는 동네인가? 실제로 단기선교 기간중에 City of Golden Triangle이라는 미얀마-태국-라오스 삼국이 맞닿아있는 곳에 가 볼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미얀마의 모습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나마 City of Golden Triangle은 삼국의 경계이므로 나름 교역이 활발한 지역인 데다가 워낙 '마약'의 주산지요, 밀매-거래지로 악명 높은 곳인지라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경제적 수준이 나은 편이다.

우리는 태국에서 미얀마로 걸어 국경을 넘었다. 출입국 사무소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얀마 관공서에서는 officer라고 하기엔 100% soldier인 사람들이 모든 일을 맡았고, 마치 북한처럼 건물 벽엔 어떤 장군의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이가 바로 미얀마의 독재자인 듯 싶다.)

포장된 길이 하나 없는 마을의 대로(大路). 뭔가 수더분해 보이는 구석구석.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마음씨가 좋아서 외국인이었던 우리들이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한껏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시고 또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던 시장의 미얀마인들을 보고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네들의 표정에서는 팍팍한 삶, 곤궁한 삶에 익숙하다는 듯 파리한 미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나마 큰 도시가 이 정도인데 나머지 지역은 말해서 무엇 하리. 군부의 독재로 인해 나라의 경제는 파탄이 나고 민주주의는 억압받았으며 정당한 국민들의 권리는 침해당했고, 인권은 유린당했다. 아웅 산 수치 여사가 가택 연금당한 지 십수년이 또 지났고, 최근 있었던 민주화 항쟁도 군부의 잔학스런 진압 방식에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미얀마 군부가 사상자 수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시신을 소각했다는 외신의 보도는 충격 그 자체이다.

단기선교 기간동안 한국인이나 미얀마인이나 동일한 마음으로 가장 간절히 불렀던 찬양이 '부흥'이었다. '부흥' 찬양은 다음과 같은 가사로 시작된다.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 하늘의 하나님 긍휼을 베푸시는 주여. 우리의 죄악 용서하소서, 이 땅 고쳐주소서.'

한 때 우리나라가 이 찬양으로 울부짖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이 찬양이 작사/작곡되기 전의 일들이지만 일제 시대와 6.25 전후 시대가 그러했고 민주주의가 억압받던 군부 독재시절이 그러했다. 미얀마는 항상 부흥을 갈망하는, 황무하다 못해 황폐함 그 이상인 그런 나라이다. 미얀마인들이 '부흥' 찬양을 하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성경에 이르기를 예수님은 화평을 주러 오지 않았고 도리어 분쟁을 일으키러 왔다고 기록한다. 하나님을 거룩하게 아는 자들에게는 예수님의 오심이 기쁨이고 축복이지만,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혹은 그의 가치를 부정하는 자들에게는 예수님의 오심이 갈등의 원인이고 분쟁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기독교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분쟁이나 갈등이 없었던 적이 없다. 미얀마에 복음이 뿌려지는 때에 미얀마에 분쟁과 갈등이 가득해 지길 바란다. 그 분쟁과 갈등으로 인해 군부의 독재가 종식되고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내건 미얀마의, 아니 버마의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이 들어서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지금의 미얀마는 군부의 강력한 결속력 하에 병들어 가고 있다. 이 사슬을 끊어내는 일은 인간의 노력으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님, 부디 미얀마의 국민들을 보호해 주소서.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