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초보 주부에게 계란 후라이는 정말 제대로 해내기 힘든 음식 중에 하나이다. 계란을 톡톡 쳐서 반으로 쫙 가를 때 보통의 감각이 없으면 엄지 손가락이 계란의 노른자를 푹 찌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디 그 뿐인가. 식용유도 적당히 잘 둘러야 하지, 불 세기도 잘 조절해야지.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계란을 뒤집는 일이다. 이건 정말 고난이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10번 계란을 뒤집는다고 하면 2번은 제대로 성공하고, 3번은 뒤집으려다가 계란이 '접히게 되고', 나머지 5번은 뒤집는 도중에 '찢어진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정은 바로 '중간' 과정이자 '전체'과정인 불 조절이다. 솔직히, 계란이 이상하게 흘러나와서 흰자와 노른자가 범벅이 되었더라도, 뒤집는 과정이 잘못되어 계란이 접혔거나 찢어져서 모양이 헝클어졌더라도 괜찮다. 왜냐고? 우리에겐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 Egg)'라는 최후의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

내 생각엔 불 조절이 이 계란 뒤집는 과정도 지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가끔 불이 과도하게 세거나 그로 인해 후라이팬이 너무 달궈져있다면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계란이 밑부분부터 익어가기 시작한다. 곧 타들어간다. 어라, 뒤집어야 하는데, 성급히 뒤집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나는 그날 스크램블 해 먹어야 한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충고의 말씀을 해 주셨다. 계란 후라이 할 때 약한 불에서 하거나 달궈 놓은 뒤 아예 꺼도 좋다고. 그러면 서서히 익으면서 '찬스'를 제 때 잡을 수 있다나.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차라리 조금씩 데우면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 낫다. 투명한 계란 흰자가 점점 투명해져서 후라이팬 바닥이 안 보이게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 뒤집개를 겨울날 이불 안으로 몸 슬슬 밀어넣 듯 계란 이불 밑으로 집어넣는다. 약간 들어올려서 되었다 싶으면 뒤집기 감행하는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빼내서 천시(天時)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계란 후라이 과정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식용유를 너무 많이 두르면 두고두고 고생하게 된다. 차라리 적다면 눌러붙은 거 긁개로 긁어서라도 올리면 되지만 식용유가 너무 많으면 조리 중에 기름 튀어, 시간은 또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계란에서 식용유 맛이 강해, 기름 닦을 때 고생해.

계란 후라이 도중 소금을 많이 뿌려 넣으면 정말 짜증이다. 그나마 요즘은 아예 소금을 뿌리지도 않는다. 누구는 규격화된 손가락 계량기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는 소금을 집을 때마다 제각각이다. 차라리 싱거운 계란 후라이는 고소한 맛이라도 있지, 짠 계란 후라이는 정말 싫다.

'간'의 개념이 등장해서 말인데, 이것은 정말 '과유불급'을 절정으로 보여주는 주부의 기술이다. 정말 노련하지 않은 이상 설탕, 소금 등은 절대 많이 넣어서는 곤란하다. 차라리 조금 적게 넣어서 나중에 기호나 필요에 따라 더 첨가하면 몰라도. '남편'들은 싱거운 반찬이라면 조금씩 먹어가면서 싱겁다고 소금을 주지 않겠냐고 이야기해주지만 짠 반찬이라면 너무 짜다는 소리를 내곤 다시는 먹지 않는다.

어디 간 뿐만이랴. 간은 곧 농도, 농도는 곧 과학의 개념이고, 결국 나의 과거 분석화학 실험 수업을 떠올리게 한다. 뷰렛(buret)을 이용해서 적정(titration)할 때 종말점에 모자라게 넣었다면 조금씩 심혈을 기울여서 적정하면 그만이지만, 종말점을 초과했다면 이건 재실험을 해야한다. 메스플라스크(mass flask)에 정해진 눈금선까지 액체를 담아야 할 때 눈금선보다 조금 아래라면 이제부터는 정밀하게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서 용액을 완성시키면 된다. 하지만 그 눈금선을 초과했다면? 용액을 다시 버리고 메스플라스크를 깨끗이 씻은 뒤에 용질부터 다시 제대로 담아야 한다. 어라, 용질 질량을 재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각해보면 요리도 부엌에서 벌어지는 화학이다. 아무튼 학문의 영역과 비학문의 영역에서 과유불급은 어디서나 동일한 진리이니 언제나 마음 속에 두어봄직한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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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