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로그 社의 '콘 푸레이크'만큼이나 내 식생활과 십수년간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식품도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과자 부스러기'라고 폄훼하는 것과는 아랑곳없이 나는 아침이나 점심이나 저녁이나 우유만 있다면 언제든지 콘 푸레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콘 푸레이크는 내 입맛에 딱 맞다. 달지 않고 고소한 그 맛이 언제나 일품이다. 어떻게 옥수수 한알 한알이 이렇게 바삭한 푸레이크로 변신했을까 늘 과정을 생각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생각을 곱씹는 속도보다 푸레이크를 씹는 속도가 워낙 빠른지라 연구에 빠져들기도 전에 언제나 포만감을 느끼고 상을 치우곤 했다.

우유와 함께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계란과 더불어 완전식품이라는 우유와 함께 콘 푸레이크를 섭취하는 것은 영양면에서나, 맛 면에서나 단연 최고다. 그릇에 반쯤 담긴 콘 푸레이크에 갓 냉장고에서 꺼내 온 우유를 가득 붓고 첫 숟가락을 퍼 입에 넣고 와사삭 씹을 때의 그 기분이란! 혀에서 느껴지는 우유의 시원함과 치아를 울리는 바삭한 그 소리, 목을 넘어갈때 느껴지는 우유의 맛과 푸레이크의 고소한 향. 내가 생각할 때 이 세가지 요소가 콘 푸레이크를 음미하는 데 가장 큰 요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항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콘 푸레이크는 원래 남성들의 자위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용 곡물 음식으로 개발된 것이다. 내가 그 본래의 목적에 적절한 표본(?)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가능하다면 콘 푸레이크를 자주 먹으려 하는 사람 중 하나에 속한다. 청소년들의 바른 행동을 계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 치고는 맛과 영양이 괜찮은 편 아닌가! 물론 콘 푸레이크 따위가 무슨 영양이 많냐며 거기 포장에 적힌 이야기는 순 거짓말이라고 비아냥거린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쌀밥을 우유에 말아먹는 것보다는 훨씬 맛과 영양에서 우수할 거라고 '자위'하면서 먹는다.

이런 콘 푸레이크 애호가인 내 정체성을 탄압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변에 '콘 푸레이크'라고 하면 난색을 표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늘어났다는 말이다. 이들의 공통적은 의견은 '콘 푸레이크는 맛이 없다. 적어도 콘 푸로스트 정도 되어야 달고 맛있지 않느냐.'이다. 실제로 이 일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작년 여름 수련회 아침 콘 푸레이크 사건. 당시 임원이었던 나는 아침 식사로 시리얼을 강하게 주장, 콘 푸레이크 두 팩과 콘 푸로스트 한 팩을 사게 된다. 나는 당연히 대학생들이라면 초등학생들이나 좋아할 콘 푸로스트를 꺼려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벌써 동이 난 콘 푸로스트를 애타게 찾고 철철 넘쳐나는 콘 푸레이크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주변의 비슷한 비난의 화살은 요즘 즐겨 찾아 먹고 있는 과자인 '곡물 이야기'에도 쏟아지고 있다. 도대체 너는 그렇게 설탕 하나 없이 그렇게 달지도 않은 '닁닁한' 음식을 탐하냐는 것이다. 혹자는 내 체중 변화가 미미한 것도 이런 식생활에서 비롯된다고 개탄하기까지 한다. 가리나 프로젝트의 인터넷 데뷔곡이라고 할 수 있는 '시리얼송'에도 비슷한 의견이 개진되는데 '곡물이야기~ 설탕이 없어서 맛 없어 보여~' 라는 가사가 등장해 나를 아연실색케 했다.

나는 단언컨대 콘 푸로스트를 비롯하여 코코볼, 초코첵스 등과 같이 '단 시리얼'에 속하는 시리얼은 강제로 떠먹이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먹지 않는다. 내가 정말 봐 주어서 아몬드 푸레이크까지는 눈감아줄 수 있지만 콘 푸로스트는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왜? 이들은 우유의 맛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우유에 용해된 설탕은 자신도 우유의 한 성분인양 식도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지만 설탕맛이 느껴지는 우유만큼 식욕을 감퇴시키는 것도 드물다. 게다가 미관상 좋지도 못하다. 콘 푸로스트는 우유색을 누렇게, 코코볼은 초콜릿 색으로, 후르츠 링은 그야말로 우유색을 '파국(catastrophe)'으로 변화시킨다. 그뿐인가. 우유의 목넘김이 예사롭지 않다. 점도가 높아진듯한 이 느낌, 그게 다 그놈의 설탕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우리 집 앞의 수퍼마켓에서는 '콘 푸레이크'를 전혀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켈로그 社 것이 아니면 POST에서 만든 '콘 후레이크'라도 사야지 하면서 구석을 다 뒤져봤는데 보이는 건 오로지 기운 센 호랑이가 숟가락을 쳐들고 있는 콘 푸로스트 뿐. 심지어 옆에는 '라이트 슈거 1/3'이 붙어있는 제품들도 있다. 진정 전혀 달지 않은 콘 푸레이크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도 없다는 말인가. 이 많은 가족이 모여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콘 푸레이크를 사모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울 뿐이다. 진정한 시리얼의 맛은 콘 푸레이크거늘 이렇게 사람들이 오염된 맛(?)을 즐기고 있다니 진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꿩 대신 닭이라고 '현미 푸레이크'를 사들고 집에 들어왔다. 어쩔 수 없지. 마트에 가서 콘 푸레이크를 사재기 해오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