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교회 청년부에서 조장이 되었다. 벌써 3년째 1년에 한 번씩은 꼭 맡게 되는 조장 역할. 이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작은 모둠의 리더들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은 큰 모둠의 리더들 중 하나가 된다는 것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시 3년째 임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항시 '총무'로서의 직책보다 '조장'으로서의 직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왜냐고? 먼저 딱 가슴을 찌르는 것은 조장과 조원들간의 긴밀한 연락과 다양한 경로를 통한 활발한 소통-?

희석이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했을 때 서로 무척 공감했던 이야기지만 우리는 너무 연락에 인색한 사람들이다. 그 때가 언제였더라, 딱 작년 이맘 때 희석이가 군 입대하기 직전이었을 거다. 일번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딱 봤는데 그게 거의 2년 만인가 그랬다. 그 동안 연락은 거의 두절상태 비스무리하게까지 파국으로 치달았고. (그럼에도 너무 반갑고, 재미있고, 여전한 그의 건망증을 쉽사리 지적해주었지만!)

주변 친구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 한두번이 아니다. 도대체 이 인간은 문자 하나 날려주는 센스조차 없다며 다들 면박을 주기 일쑤이다. 무안함을 뻔뻔한 얼굴 두께로 가리고자 '나는야 연락을 너무 자주하는 사람'으로 자칭하곤 하지만 그 헛된 울림(?)에 돌아오는 건 '그 입 다물라'는 호통소리만ㅡ.

누군가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일이 어려운 게 결코 아니다. 다만 그것이 '연락'이라는 유형의 방식을 통해 그것을 전달시키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언덕을 거쳐가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 본인은 정작 문자와 통화와 E-mail과 접선(?), 심지어는 싸이월드 방명록에까지 매우 인색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도 최근 나아진 것이 있다면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軍에 입대하는 바람에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주중 최소 두세 번은 늘 연락이 오간다는 것. 매체도 상당히 다양해졌다. 인터넷은 기본이요, 문자와 통화도 빈도수가 차차 늘어났고 더욱이 '편지'라는 초고전적인 방식으로도 가능해졌다. 게다가 사람 사이의 관계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그 속에서 나름의 '지침'을 터득하게 됨에 따라 나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그게 제대로 발현되는 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조장이 되었다. 조장이 되면 조원들을 잘 돌봐야 한다. 지각하거나 결석했으면 걱정하는 마음으로 물어봐주고 즐거운 일,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나눠주고 조 모임을 즐겁게 이끌어주면서 한 사람이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혹은 소외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모두가 함께 하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 나가도록 애 써야 한다.  여러 가지로 주중에 격려 문자도 보내지고 전화도 가끔 걸어주어 잠깐 수다도 떨고, 가끔은 달에 한 번씩 어디론가 훌쩍 놀러가기도 하고, 그리고 선배들에게는 정성의 선물을, 후배들에게는 즐거운 조언을 늘 베풀고 싶지만 언제나 무위에 그친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몇몇 조를 맡아왔지만 우리 조는 늘 교회 활동에 충실한 나머지 조장의 '애틋한 마음'을 발휘한 적이 대한민국에서 유전 발견하듯 했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구태를 버려보고 새롭게 거듭나 봐야지. 신경을 쓰는만큼 행동으로 좀 보여야 할 게 아닌가? 부족한 사람도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 아니겠나!

일단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연락과 기도부터. 별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귀찮아 하지만 않는다는 전제 하에) 다짜고짜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그래야지, 그리고 진짜 우리 사랑스런 조원들을 위해서 늘 기도하는 그런 조장이 되어야겠어. 모든 것의 시작은 영적 충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만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면서 다들 떠올려야지. 이번에는 정말 잘 좀 해 보자. 제발ㅡ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