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라는 나라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아프리카에서 꽤나 융성했던 문명을 자랑했던 나라였다. 이 지역에 정착해서 산 반투(Bantu)족들은 거대한 석조건물을 건립하여 도시를 이루며 살았는데, 포르투갈 선원들이 최초에 이를 발견하고는 '모르타르'를 쓰지도 않고 이런 거대한 돌들을 이용하여 건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다고 전한다. 영국의 세실 로즈(Cecil Rhodes)가 이끄는 남아프리카 회사가 이 지역을 개척한 뒤 식민지화하여 로디지아(Rhodesia)로 만들었으나 1980년, 끈질긴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비극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로버트 가브리엘 무가베(Robert Gabriel Mugabe)는 약 29년째 장기집권 중인데, 대통령이 아니라 사실상 독재자이다. 이 독재자는 모택동주의자(Maoist)로 짐바브웨를 일당독재의 마르크스주의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물론 이 시도는 미국에 의해 저지되기는 했으나 갖가지 추악한 방법을 통해 야당을 탄압하고,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나라의 상황을 '항상 최악'의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짐바브웨의 공식적인 환율은 US$1당 약 백만 짐바브웨달러(ZWD)정도이지만, 실제로 거래되는 것은 약 수십억 ZWD에 육박한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사실상 표현 불가능. 심지어 화폐에 유통기한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다). 실제로 이 지역을 다녀오신 부모님의 말씀에 따르면 입국했을 때와 출국할 때의 환율차이가 천지차이이며,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의 액수가 무시무시할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으로 인해 짐바브웨 국민들 대부분 ㅡ 물론 집권당 정치인들과 군인들은 예외겠지만 ㅡ 이 고통받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경제학 입문서적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들(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을 들었지만, 앞으로 나오는 책들은 짐바브웨를 꼭 포함시키게 될 것 같다. (2008년 7월 짐바브웨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은 231,000,000%라고 한다. 실로 놀라운 수치이다. 그러나, HHIZ에 따르면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89,700,000,000,000,000,000,000%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말에 창궐하기 시작한 콜레라로 인해 수천명이 죽는 등 나라꼴이 말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이 콜레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수도공급을 받지 못한 국민들이 들판이나 거리의 웅덩이 물을 퍼 마시다가 콜레라가 발병하게 된 것이다. 근대 문명이 발전하는 것을 의료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던 19세기~20세기에나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병이 바로 콜레라로, 우리 나라에서는 콜레라 발생이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제 어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생소한 병명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전염병에 걸린 국민이 이미 수만명에 이르고, 그나마 의료 시설도 부족하여 환자들이 국경을 넘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는 등 난리도 아니다.

지난 1월 2일 프리토리아에서 발간되는 신문인 프리토리아 뉴스(Pretoria News)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대주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대해 '짐바브웨의 현실을 확인할 특사를 파견하여 짐바브웨에 대한 분명하고도 강한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도록'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실제로 남아공 전 대통령인 타보 음베키(Thabo Mbeki)가 2008년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부정, 폭동 선거에 대한 중재를 맡고자 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무가베를 돕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집권당(ANC) 내외의 압력으로 인해 결국 사임을 하고 말았다.

2008년 부정선거는 무가베 정권의 추태를 여실히 국내외에 보여주었다. 무가베 진영은 1차 투표에서 승리한 야당의 모건 츠방기라이 후보 진영을 깡그리 뭉개버렸다. 선거원들을 폭행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한편, 공권력을 동원해 야당의 행보를 차단하고, 야당의 당수를 국가반역죄로 체포했다. 20만명 이상의 당원들이 집에서 쫓겨나 부랑민 신세로 전락했다고 전하고 있으며, 정부가 경찰과 군인을 동원한 '고문 캠프'를 차리는 등 실로 악랄한 방법을 동원한 무가베는 결국 결선 투표에서 85.5%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를 어느 나라가 인정하겠는가?

이렇듯 잘못된 독재자 한명으로 인해 나라가 비참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짐바브웨의 GDP는 일인당 $188에 불과하며,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56.8로 불평등이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개발지수(HDI)는 0.513으로 세계 151위로 하위권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가 행해지느냐에 따라 짐바브웨의 미래는 달라지겠지만, 이런 상태로 무가베의 잘못된 독재가 계속된다면 주변국(말라위, 잠비아 등)보다 못한 상태로 내려앉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똑같은 독재 정치를 경험하면서 민주주의가 표류하는 것을 보았지만 박정희 아래 있던 그 독재 정부는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냈으며, 교육 수준을 매우 높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초석을 마련했다. 박정희가 무조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대부분 나라의 근현대 역사에서 '독재자'의 출현이 거의 있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박정희는 무가베와 같은 사람에 비해서는 훨씬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 독재자였다는 것에 나는 진심으로 수긍할 수 있다. 만일 한국 전쟁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에 무가베, 챠우셰스꾸(루마니아의 독재자), 카다피(리비아의 독재자)와 같은 인간이 우리 나라에서 독재 정치를 폈다면 내가 지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와서 여유를 즐기며 이렇게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이다.

끝장으로 치닫고 있는 짐바브웨에게 무가베와 그의 동료들이 있는한 미래는 없다. 이 나라는 무가베를 축출한다고 해도 또다른 제 2의 무가베가 등장해서 나라를 한바탕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고, 교육 수준이 낮은 지금의 수준으로는 국민들이 깨어 있는 의식으로 집단적인 민주항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차라리 박정희같은 '그나마 나은' 독재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기대할 만한 수준인 것이다. 정치가 개판이면 나라꼴도 개판이 된다는 이 진리를 짐바브웨 국민들은 알기나 할까. 안타까운 노릇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