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우리는 새로 바뀐 법에 따라 모두가 '성인(Adult)'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팻말 을 목에 매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게 무얼 의미하는 지 아시지요? 자유. 우리는 모든 것을 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구요. 나는 고등학교에서 생전 배워보지도 못했던 '경제학' 과목을 대학에서 스스로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고, 부모님의 간섭 없이 깜깜한 밤에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수다 떨며 놀아도 상관 없지요. 설사 공부하는 시간 다 버리고 놀다가 시험 쳐서 학점이 'D-'라고 할지라도 기분은 좀 나쁘겠지만 아무도 내게 뭐라 그러는 사람은 없어요. 나는 내 시간을 내 스스로 관리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구요.

그런데 왜 교회는 우리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걸까요?

고등부까지는 우리 고분고분히 잘 다닌 거 인정해요. 몇몇 친구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중고등부 예배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아무튼 나는 그런 현상을 비웃으면서라도 열심히 나왔어요. 그 때에는 말이 임원들이었지 사실 선생님들이 다 진행하시는 거잖아요? 고등학교와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가 왜 고등부에 나와야 하는지 질문조차 하지 않았어요. 왜냐구요? 당연하죠. 고등학생인데 고등부에 나가지 그럼 청년부에 가겠어요? 아니면 대예배를 나가겠어요? 물론 대예배 가본 적 있긴 하지만 거긴 어른들이나 다니는 예배지 우리같은 고등학생에게는 격이 맞지 않는 그런 예배란 말이예요.

그런데 말이죠. 이제 우리는 청년들이란 말이죠. 자유가 주어진 대학생이란 말이죠. 우리 생각에는 청년부 모임과 청년부 예배가 그닥 의미 있는 거 같지 않아 보여요. 청년부 예배 드려서 무엇 해요? 아침 일찍 대예배 나와서 목사님의 설교와 축복을 받으며 교회 문을 나선 뒤 내 하루의 삶을 즐기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잖아요. 대예배와 별 다를 바 없는 청년 예배, 그것도 황금같은 오후 시간에 굳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이예요?

그리고 청년부 모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건 정말 내가 여기에 왜 나와야 하는 지 모르겠어요. 나는 자유가 있는 몸이라고요. 자유. 아무것도 모른 채 초등부 끝나면 으레 중등부, 중등부 끝나면 당연히 고등부로 진학한다는 그런 '어른들이 짜 준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아동이 아니란 말이죠. 왜 내가 여기 있는 임원들과 강도사님한테 그렇게 '강권'을 받으면서까지 이 시간에 나와야 하는 거죠? 좀 설명을 해 주세요. 난 차라리 그 시간에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게 더 나아보이는데? 아니, 예배도 몇 번이나 드렸고,그것도 무슨 일을 시작했다면 벌써 시작했을 '그 오후'에 청년 예배를 드려줬는데, 1시간 반 동안이나 시간을 내서 우리 나이끼리 무슨 모임을 갖는다고요? 해봐야 시시콜콜한 조별 모임 성경공부겠지 뭐. 순전히 자발적으로 그런 모임에 나가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그렇게 애를 써서 데려온들 무슨 감동이나 감화가 거기 있겠어요? 내 참. 난 거기 가면 할 말은 없고 그냥 시계만 쳐다보면서 '아브라카다브라!'하고 맨날 되뇌이는 그런 몸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자발성이란 말이예요, 자발성. 그거 모르겠어요? 청년부 일은 말이죠, 하고 싶은 사람이 맡아서 하는 거예요. 왜 무슨 권리가 있다고 그 사람들이 우리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 모르겠단 말이죠. 그 사람들이 우리네 삶을 뭐 알고서 그렇게 권고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글쎄. 교회에서 무슨 일을 자꾸 준비하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거 귀찮을 따름이에요. 그거 한다고 학점이 나와요 아니면 용돈이 나와요?

아 물론, 교회는 당연히 주일에 나와야 하는 곳이긴 하죠. 하지만 주일에 교회만 나오란 법 있나요? 예배 시간이랑 학교에서 동아리가 모이는 시간이랑 겹친다면 청년부 예배 그거 뭐 어차피 오전에 예배 하나 드렸는데 뭣하러 그거에 구속받나요. 친구 만나려는데 뭣하러 저녁 늦게 만나야 해요, 그냥 대예배 일찍 드리고 청년 예배 시간 째고 1시부터 죽치고 만나면 되겠구만?

그리고 강도사님도 좀 뭘 아셔야 해요. 우리는 강도사님같은 거룩한 목회자의 신분이 아니라고요. 새벽기도, 금요철야예배 이런 건 언제나 열려 있는 시간들이지 우리가 무조건 거기에 참석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솔직히 우리 같은 학생들한테 뭘 더 바라시는지 전 모르겠어요, 너무 강요하신다는 생각만 팍팍 드는 것 같아요 저는. 제발 우리는 학생이니까 좀 설렁설렁 여유있게 다뤄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초인적인 기도와 예배의 열중은 몇몇 임원들이랑 예전부터 열심히 신앙생활 해 온 사람들의 전유물이고 나랑은 무관하니까 그런 얘기는 제 앞에서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어렸을 때는 정말 수련회 열심히 다니면서 눈물도 흘리고 기도도 열심히 했던 거 같은데. 그래도 그건 다 때가 있는 거겠죠. 그건 어린 학생 때 얘기고,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생업에 목숨을 걸면 그게 하나님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거겠죠. 아,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교회 몇 번 안 나오고 내 방식대로 교회 생활 한다고 해서 내 신앙이 죽는 건 아니잖아요. 나 하나님 믿어요. 오 예수님은 하나님의 살아계신 아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우리의 죄를 위해 돌아가셨다가 삼일만에 부활하셨잖아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천지는 창조되었어요! 할렐루야! 이런 우리의 사소한 잘못들 정도는 나중에 죽어서 천국갈 때 다 죄사함 받고 치유되겠지요. 글쎄 사랑의 하나님이 요까짓 것 하나가지고 뭐라 그러면 세상에 그런 신이 어디었어, 쪼잔하게?

아, 말이 너무 길어진 거 같아요. 아무튼 제 생각은 그래요. 우리에게 주된 것은 학업과 직장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시겠죠? 종교, 신앙생활은 그것에 부차적인 보조제같은 거라구요.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고생한 뒤 안식을 얻고 거룩한 축복을 받는 장소가 바로 교회라구요. 그런데 왜 자꾸 종교가 학업과 직장을 밀어내려고 하죠? 그건 소위 '월권'아니예요? 종교생활이 주가 되면 학점은 F고 직장에선 해고될 텐데 자꾸 주일엔 빠지지 말라 그러고 주중의 각종 교회 일에 나오라고 야단이예요. 좀 제발, 현명하게 삽시다. 아셨죠?

어때요, 대놓고 얘기하니까 제가 고맙죠? 에이, 원래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지금 와서 왜 빼는 눈치야 다들? 설마 이제와서 우리의 이 주장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헤헤.













진짜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 주일 예배를 경시하는 그런 모습들 진짜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를 가진 대학생이라고 오만하게 나대고 있지만 실은 적절한 '구속'이 없다면 제 분수도 모른 채 날뛰는 그런 초라한 신세가 될 거다. 신앙이고 뭐고 다 던져 버리고 같잖은 공부에나 몰두하면서 유흥을 즐겨대겠지. 태국에서 선교하시던 신 선교사님도 자신을 기도하게 하려고 일부러 피곤한 시간에 기도시간을 잡아 자신을 일으켜 기도하게 했다는데 그보다도 훨씬 못한 우리가 뭐 대단하다고 우리 신앙 생활에 자유를 갈구하고 있는지, 내 스스로가 한심하다. 나는 우리가 모두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싫었지만,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모두 그런 '자율적 방임'에 맡겨두기에는 한참 덜떨어지는 사람들인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우리는 하나님께 매여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