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들을 보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 '국내 여행 사진이 너무 적네'.

그런데 이유는 있다. 사실 국내 여행을 할 때에는 해외 여행을 할 때처럼 기를 쓰고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 주변에 늘 계시기에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자주 망각하는 자녀들처럼. 언제나 다시 여기를 찾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고,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우리가 관광객이 아닌 사실상 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관광지'라는 생각이 다소 적게 든다. 경복궁이나 자금성이나 한 나라의 궁궐임은 매한가지인데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는 횟수는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저번 추석 때 서울 여행을 기획했다가 결국 유야무야된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시간을 내지 않아서'였다. 해외 여행을 준비한다면 우선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이리저리 스케쥴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국내 여행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준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유일하게 내가 기획한 국내 여행은 부산이 전부인데, 그나마 부산 여행은 관광 목적이 다소 엷었던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가족들이 뒤이어 귀국하기 전에 홀로 서울을 돌아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물론 겨울에 서울 바닥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혹독한 겨울바람을 이겨내며 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뭐 그래도 상관 없다. 오히려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때 눈으로 덮인 창덕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는데! 돌아다니는 주 목적지는 고궁들.

서울 여행이 그래도 괜찮은 것은, 이 지역의 교통 문제나 숙박 문제는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피곤하다 싶으면 안양에 돌아와서 자면 된다. 지하철과 서울 버스는 이미 타 볼 데로 타봐서 서울시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아도 된다. 오전과 오후에 고궁을 돌아다니고 밤에 세종로와 청계광장 정도에 가면 괜찮을 듯 싶다. 중요한 건 사진을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는 것. 균형을 위해서라도 '국내 여행'란에 '서울'을 당당히 올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사실 그 외에도 다른 국내 여행지를 생각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이나 전남 해남군 정도? 나름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경주와 부여, 공주는 아마 수십년 후에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가보게 될텐데, 그 때라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먼훗날 개성과 평양, 백두산이 다음 여행 목적지가 되겠지. 기다려라 대한민국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