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의 3.3.3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에, 3분간 양치질을 한다는 것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법칙이라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시절에 '객관적인' 청결한 생활을 해야한다고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행한 주입식 교육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나는 저 법칙 중 단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 거꾸로 거슬러가면서 따지자면 나는 보통 결코 3분동안이나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 또한 식후 3분 이내에 이를 닦는 경우는 아침에 급히 밥 먹고 등교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드물다. 마지막으로 결코 하루에 3번'이나' 이를 닦지 않는다. 나는 아침과 밤에만 이를 닦는다. 이 마지막에 대해 할 말이 정말 많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전국주일학교 어린이 대회에 출전한 때가 있었다. 그 때 당시 5학년이었던 어떤 형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는 것이 아닌가! 내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아니, 도대체 일어나자마자 이는 왜 닦나? 곧 아침을 먹을 텐데? 그 형의 대답은 더 충격이었다.

'응, 나는 이를 하루에 네 번 닦아.'

세상에, 나보다 무려 두 배나 자주 이를 닦잖아? 처음에는 그 형의 말이 옳아보여서 나도 그 다음날에는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아보았다. 그래, 자는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일어나면 그동안 체내의 음식물 냄새, 소화기관에서 나오는 각종 액체 등의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수 시간동안 묵었을 테니 입냄새가 영 좋은 편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틀도 못 가 나의 기상후 이닦기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아니 스스로 철회했다. 도무지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어차피 나중에 아침 먹고 또 이닦을 텐데 뭣하러 귀찮게 또 이를 닦느냐는 게 내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바로 이닦는 행동은 어린 나이였을 때나 숭앙(崇仰)받았을 만한 유치한 위선적 위생습관으로 과시욕에 불타는 어린이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은 그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자신의 입냄새를 견디지 못해 하는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가까이서 대면하여 대놓고 이야기하거나 치아 질병이 있지 않는 한, 상대방의 입냄새는 아침에 잘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상태도 상대방과 똑같은 상태라서 남의 냄새보다 내 냄새에 더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와서 나는 더 큰 충격을 받았는데 점심 시간만 되면 사람들이 컵과 칫솔, 치약을 들고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 게 아닌가. 고등학교 때에도 간혹 이런 애들이 있었지만 대학에 와서는 정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닦고 있어 '여기가 화장실이야, 양치실이야' 싶은 때도 있다. 특히 중앙도서관 화장실은 식후 1시간동안 이를 닦는 사람들로 붐빈다.

물론 그날 점심 식사가 매우 자극적이었다면 ㅡ 예를 들어 비빔국수같이 강한 향을 입에 오래 남기는 음식이라면 ㅡ 양치를 하는 것은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식당의 식단표를 살펴보면 매 점심마다 그런 음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장실은 한결같이 이닦는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에는 성별 차이도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없이 이를 닦고 있다.

사실 개인의 위생에 대한 관념은 사람마다 다른지라 점심에 화장실에서 이닦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뿐더러 개인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법행위임을 잘 알고 있다. 마치 '영화 <추격자>는 잔인하기만 하지 재미는 하나도 없다'라고 영화 <추격자> 마니아에게 비아냥대는 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점심에도 이를 닦는 사람들에게 전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양심이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해 줄 줄 아는 사람이기에 그들이 나보다 한 두번 이를 더 닦는다고 해서 '그래 너 잘났다'는 식으로 비아냥대지도 않는다.

하지만 좀 누군가가 '하루에 이 두 번 이상 닦으면 치아구조 변형이 일어나', '치약, 자주 치아에 문지르면 구강염증 유발해', '이닦기 너무 자주하면 이닳기'와 같은 제목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해줬으면 하는 속내가 있기는 하다. 글쎄, 점심시간에 열심히 이닦는 사람을 보면 꼭 그런 애가 생각난다. 우리 고등학교는 남고였는데, 점심에 거울보고 멋들어지게 헤어 젤을 바르며 오늘 머리 잘 되었다고 경탄하는 그런 애. 그건 대체 자기만족일까 아니면 같은 반 친구들에 대한 배려일까. 오늘 어디 놀러가는 거면 또 모를까. 어차피 야자 끝나면 새카맣게 어두운 밤에 집으로 총총 들어가 머리를 다시 감아야 할 것 같아 보이는데, 들이는 공에 비해 그렇게 생산적이지는 않아보이는 데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