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친구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난 말이야,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라는 신은 참 어이가 없어. 왜 자기를 안 믿으면 구원 안 해주고 그래? 나는 지하철에서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는 사람만 보면 기분이 불쾌해. 세상에 그런 쪼잔한 신이 어디 있어? 자기만 믿는 사람만 좋아해 주고, 너무 한 것 아니야?'

내가 정말 뭐라고 한 마디 날려주고 싶었지만 내 생각도 정리해야 하고, 그리고 우리의 사이에 금이 가지 않기 위해 웃음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마무리했다. 그 날로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개신교에 대해 무분별한 비난을 날리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리기 위해 나 스스로도 연습해야 겠다고. 오늘은 그 첫 발걸음인 셈이다.




가끔 지나가다보면 학교 친구처럼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신의 마음 씀씀이가 벤댕이 속이나 다를 바 없어서 자기를 믿고 따르는 사람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진정 인간과 세상을 창조하고 전지 전능한 분이라면, 사랑과 은혜의 신이라면, 그리고 사람에게 자유 의지를 주었다면 자기를 믿고 아니고를 떠나서 모두를 감싸 안고 구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이런 소리를 듣고 참 이들이 '쿨한 신'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세상에 그런 '쿨'한 신이 없다. 자기를 믿지도 않고 오히려 부인하고 모욕하는 사람들마저도 구원하는 신이라니 이거야말로 쿨가이, 아니 쿨갓 선발대회에 나와도 시원하게 입상할 신이다.

만약 그런 신이 존재한다면 그건 더 이상 종교가 아니고 신도 아니다. 생각해 보라. 신이 존재한다해도 믿을 필요가 없고 굳이 믿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는데 무엇 하러 내가 그 신을 이해 예배하고 숭앙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우리는 신의 전지전능함보다 신의 '쿨함'을 더 칭송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예배가 무슨 의미이고 헌신이 무슨 의미인가. 단지 신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는 요술 램프 지니 수준으로 전락한다. 더이상 종교는 삶에 안식을 주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삶에서 신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필요할 때에만 찾으면 되지 항상 노력하고 신의 뜻을 구할 필요가 없다. 왜냐고? 그는 워낙 쿨하시기 때문에 잘 믿지 않아도, 아니 아예 믿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시고 구원해 주시니까. 나는 만약에 개신교의 하나님이 그런 신이라면 더 이상 개신교를 믿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어디에 그런 신을 숭앙하는 종교가 있단 말인가.

종교라는 '신자들의 문화'를 가졌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당연히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거하는 사람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과 동시에 울타리 밖에 거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와 불이익을 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 아니겠는가. 이익에 매우 약삭빠른 인간이라면 자신이 믿는 종교의 영역을 뻗치고 싶은 것이 본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종교를 형성시켜야 할 지에 대한 것은 아주 자명하다. 그게 바로 인센티브이다. 네가 A라는 신을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 그러나 믿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포교의 기본 원리이고 종교 생활 자체의 기본 원리이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네가 B라는 신을 믿으면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므로 지옥에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인센티브의 문제이다.

사람은 편먹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세상에는 여러 종교가 난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하나로 통일 된 그런 쿨한 신을 믿는 종교가 현실 인간 세계에서 발생하여 세계 종교로 발전할 가능성은 0%이다. 만약 그런 종교가 발호하여 세계 종교로 발전했다손 치더라도, 분명히 어디선가 C라는 새로운 신을 숭배하는 집단이 발생하여 자신들만의 세력을 구축할 것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모두가 평등해지는 꼴을 못 본다. 분명히 내가 좀 더 특별하고, 내 손에 특별한 무언가가 쥐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 것이 특별해야 하는데 그 중에 가장 고급스러운 것들이 사상이자 철학이고, 종교이다. 신자로서 나는 신에게 정말 아름답고 위대한 것을 부여받고 싶다. 그것이 구원이자 축복이고 특별한 영적 권세이다. 그러나 저들 불신자들은 우리의 신에게서 그런 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 이것이 종교의 배타성의 기본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종교의 배타성은 종교를 이루는 근간이 되고.

인간의 본성이 이럴진대, 믿지도 않아도 구원해 주는 그런 신을 찾아? 전 우주, 전 영적 영역을 돌아다녀서 한 번 찾아 보라. 찾아서 그를 숭배해 보면 3일도 못 가 지쳐서 돌아 앉을 것이다. 왜? 믿어 봐야 뭐 특별한 것 없는데 예배할 맛이 나는가. 어림도 없는 소리이다.

무슨 종교가 그런 인간의 논리와 문화, 인간적 습성에 따라 해석이 되어야 하냐고? 나의 논리는 지극히 종교적이지 않고 인간 중심적이라고? 신을 인간의 문화적 산물로 창조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의 절대적 속성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불신자에 대한 종교의 배타성을 신의 뜻으로 생각해야지 뭐. 그것이 신의 뜻이라고 종교에서 가르치는데 불신자인 당신이 거기에 왈가왈부할 것이 무엇이냐. 차라리 딴 집 제삿상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것이지. 이쪽 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불신자인 당신이 지옥에 가는 것은 100% 진리이다. 그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당신이 조금만 더 종교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그런 이상적인 쿨한 신은 신 취급도 못 받는 대리석 석상에 불과할 거란 것을 알텐데.

첨언하여, 바하이 교에 대한 내 생각은 "그것은 허황된 이상이요, 헛된 꿈"이라는 것이다. 절대로 종교는 하나가 되어 세계 평화를 주도할 수 없다. 이것은 공산주의와 같이 순진한 이상적인 유토피아에서가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이제 성악설에서 논하는 것처럼 인간의 태생적 이기심과 악함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절대로 세계는 순전히 인간의 노력을 통해서 하나의 종교, 하나의 정부, 하나의 믿음으로 묶일 수 없다.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그것이 진짜 진리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