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CD는 대부분 재즈 음악으로 팝가수의 앨범은 하나도 없다. 사실 mp3를 들고 다녔던 고등학생 때 짧은 시기동안, 나는 거기에 CCM이나 재즈, 혹은 시카고 OST를 넣어 두고 매번 반복해 들었다. 하지만 유튜브에 접속하면 사정이 달라지는데, 유튜브에서는 온갖 국내, 국외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 라이브 실황을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그 중에 중심에 서 있는 가수는 샤키라(shakira)이다.

그녀의 신보 'She wolf'에 수록된 'lo hecho está hecho'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실황을 보면 한국인이라면 ㅡ 혹은 외국인이더라도 ㅡ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한국인들이 등장하여 삼고무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어떤 영상에서는 샤키라 자신이 직접 삼고무를 연주한다. 그리고 이 곡에서 샤키라가 추는 춤에는 장구춤을 연상케 하는 동작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단 한 번도 이런 장면을, 그것도 세계적인 팝 가수의 영상에서 보게 되었다는 것이 내게는 매우 신기한 일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샤키라가 내한한 적은 없는데, 대체 어디서 삼고무를 알아서 그 연주와 음색을 이 곡에 차용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인터넷에서 관련된 인터뷰 내용이나 다른 글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삼고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도 있는데, 머나먼 콜롬비아의 한 여성이 어떻게 이 역동적인 한국 여성들의 예술을 보고 영감을 느꼈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나도 최근에야 샤키라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삼고무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보았는데, 정말이지 우리의 삼고무가 이랬나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안무와 통일성, 역동적인 가락과 수준 높은 음악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가끔 외국의 문화와 모습을 차용한다. 가끔 중국의 경극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의상,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북소리와 아르헨티나의 탱고같은 거? 유입된 문화를 자신들의 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행동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문화나 그 일부가 외국인에 의해 차용된 모습을 보면 우리는 뭔가 어색하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 영화에 한국 브랜드 제품이 나오면 신기한 일이다. 우리 나라 영화나 드라마가 외국 안방 TV를 점령하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나라 음악과 전통 문화가 외국 음악 사회에 신선한 것으로 소개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것이 남들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에 우선 반갑고 기뻐한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아니 왜 한국 것이?'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째서 별로 '핫'해 보이지 않은 우리의 문화가 그들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던 것인지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궁금해하는 이 기막힌 현실이란. 나도 처음에 샤키라 뮤직비디오에 삼고무가 나왔을 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의 등장에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대체 왜? 그게 한국인에게 왜 자연스러울 수가 없는 일이었을까? 일본 사람들은 외국 영화에 스시가 등장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할까? 쿠바 사람들은 자신들의 춤과 음악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할까? 이집트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할까?

아직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우리 한국인들에게 내재된 자기 문화에 대한 지독한 자기 비하의 인습이 없었다면 그래도 덜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혹시나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국인들조차 어색하게 기뻐하는 것이 아닐까? 괜한 오지랖이고 괜한 걱정이지만, 마음 한 켠에 그런 생각이 자리잡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