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도무지 읽고 읽어도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2,500년전의 고대 그리스어로 쓰여진 이 책을 한국 독자가 그 느낌 그대로 읽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이건 개역한글판 성경을 읽을 때보다 더 답답하다. 밑줄을 치고 나름 여백에 정리를 해 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 특히 알고자 하는 부분을 기대하고 읽다가 '자, 이제 되었지? 결론 맺는다~'라는 부분이 나오면 정말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요즘 찾아 구하고 있는 것이 이 책에 대한 해제들이다. 어차피 본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석이라도 잘 읽어서 뜻을 짐작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해제의 양도 어마어마한데다가 해제의 '해'자가 解인지 駭인지 모를 정도로 이마저 정확하게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딱딱한 고전에 익숙하지 않고 패스트푸드같은 글에 익숙해져서 진득하게 정독하는 버릇이 들지 않았는지, 씹다가 뱉어버리는 기분이다.

과학 교과서를 읽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여기서 요하는 논리는 뭔가 다르다. 도구를 이용해서 깎아나가는 기분이 아니라 그냥 머리속으로 형상을 완벽하게 구상하는 것, 그래서 구현하기가 어렵고 잠시 정신을 놓으면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공허해지는, 때문에 잠시라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는 그런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전개하는 철학적 사유가 놀라우리만치 엄밀하고 집요하다는 것이다.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게 하려고 모든 것들을 다 고려하는데, 심지어 '이런 문제도 다뤄야 하나' 싶은 것들도 다 따지고 들어간다. 아마도 내가 읽다가 지치는 것은 너무나도 광활한 문제를 깊게 따지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읽은 부분 중에 '자발적 부정의'라는 말이 나왔을 때에는 정말 책을 덮고 싶었지만 참고 읽었다. 뭔가 감탄할 구석은 정말 많고, 어쩜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하나 싶기는 한데 전혀 와닿지 않으니 애석한 일이로다. Alas.

아무튼 욕심을 내서 책을 샀으니 끝까지 읽을 것이다. 문법 공부할 때처럼 일단 알든 모르든 무식하게 끝까지 읽어볼 작정이다. 그러고나서 다시 오랫동안 되새김질하다보면 뭔가 깨우치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내용을 잘 이해해서 나중에 내 의견을 개진하는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이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지만 그저 서양 철학의 정수를 맛보았다는 것 그 자체로도 좋은 것이니, 비록 과정은 고통스럽더라도 꾸역꾸역 읽어보려고 한다.

음. 갑자기 드는 딴 생각인데,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적어도 이 책보다는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겠다. 동시대의 글이 고전처럼 난해하다면 그것만큼 난감하고 슬픈 일은 없겠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