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학교에서 운동을 하다가 내내 10년 전쯤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더니 이내 유승준 메들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위', '나나나', '열정' 등등. 너무나도 자주 들었던 노래였고 TV에서나 거리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던 유행가였기 때문에 나도 어느새 흥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유승준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머릿속을 확확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정말 유승준만한 남성 솔로 가수가 전무후무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선 그는 얼굴이 된다. 놀라운 것이 반항적인 눈빛과 '어디서 껌 좀 씹은 듯한' 불량아적 기질과 동시에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청년의 모습이 겹쳐져 있어 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이미 앞선 가요계의 대표 몸짱이었다. (흔히 2PM의 박재범을 유승준과 비교하는데 그는 두 가지 모두 유승준에게 크게 뒤진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유승준은 무대에서 격정적인 남성 솔로 가수 치고는 노래를 잘 하는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교나 과도한 바이브레이션 이런 것들이 전혀 없이 부르는지라 듣기에 부담이 없었다. '연가'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듣다보면 얘가 참 깔끔하게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이 든다. 춤도 그 정도면 잘 추는 편이었는데 포인트 댄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위춤이 참 인상적이었다.

거기다가 유승준은 영어도 잘 구사하고 발음조차 원어민인지라 당시 연예 프로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연예 프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유승준은 활동 당시 연예 프로 섭외 1순위었고 특히 주말 프로에서 그의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말투, 그리고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한 발군의 실력 ㅡ 출발! 드림팀!을 이야기하고 있다. ㅡ 을 보여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성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많은 교인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유승준은 바른 생활 사나이 내지는 대한민국의 멋진 남자 가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끊임없이 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제가 되었다.

지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다른 남성 솔로 가수를 아무리 비교해 봐도 유승준만한 다양한 이점을 가진 사람이 없다. 언론은 '비'를 월드 스타라며 칭송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거품이 잔뜩 낀 빗방울처럼 말도 안되는 농간이다. 적어도 유승준은 전국민이 기억하는 자신만의 카리스마와 유행곡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열정'은 '김밥에 햄이 없대' 혹은 '김밥에 힘이 없대' 혹은 '개미가 힘이 없대'와 같은 개그 요소, 스타크래프트 마린의 'go go go'를 삽입하는 센스 요소와 더불어 '이 세상에~'로 대변되는 확 잡아끄는 후렴구의 후크송 요소가 잘 어우러진 그의 대표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 비해 비는 전국민이 기억하는 유행곡조차 없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는 유행곡이라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 각종 오락 프로에 간간이 삽입되는 바람에 학습이 된 경우이다.)

그랬던 그를 약 8년 정도 못 보게 된 지금 이 상황은 단 하나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택했던 그 사건 말이다. 사람들은 유승준이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을 많이 느낀 것 같고, 때문에 유승준의 문제는 매우 크게 불거졌다고 생각한다. (당시 유승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면 별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큰 이슈가 되지 않은 채 병역을 성공적으로 기피한 연예인도 몇몇 있을 것이다.) 유승준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인 유승준이 아닌 미국인 스티브 유가 되었고, 많은 한국인들이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다.

만일 그가 성실히 병역의무를 마쳤다면 지금도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노장 방송인(?), 혹은 연예인으로서 남아 있었을 텐데. 그는 요즘 아이돌 및 예능인들이 갖춰야 할 덕목들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사람이었단 말이다. 이래서 아무리 평소에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영영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무래도 그와 필적할 만한 인물은 근래 십년동안 TV에서 본 적이 없었던 듯 싶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