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부에서는 으레 물리학 관련 과목을 듣는 사람을 수재급의 수준을 가진 사람으로 취급한다. 1학년 때부터 일반물리학의 벽을 절감한 사람들의 자조 섞인 칭찬이자 물리학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려는 비상한 의도이다. 물리학이 가지는 그 이상한 정체 모를 불편한 분위기 ㅡ 아인슈타인(Einstein)이나 란다우(Landau)가 가지고 있는 비상한 천재성 ㅡ 때문인지, 흔히 물리학 과목을 좋아하는 사람은 뭔가 대단한 학생이고, 그 무시무시한 수식 속에서 행복에 겨워하는 사람은 천재라고 인식하는 그런 '잘못된' 시선을 가진 화학부 학생이 꽤나 많다.

이런 잘못된 시선이 폭발 및 급증하는 때는 학생들이 물리화학을 배우기 시작할 때인데,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다가 좌절하는 사람과 환호하는 사람으로 갈리기 시작하면서 그 별것도 아닌 작은 이해의 차이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둔갑해 버린다 (일반물리학의 폐습이 그대로 이어지는지 모르겠으나 학생들의 물리화학에 대한 포기는 이상하리만치 단호하며 명쾌하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형성된 벽은 학기가 지날수록 공고해지면서 어느새 벽 자신이 물리학적 언어로 풀어내는 물리화학의 난이도가 자체의 아름다움을 명증하는 행세를 하기에 이른다. 이보다 더 심해지면 수학적 난해함과 물리학적 담론이 아름다움이 되는 해괴망측한 수준에 이르게 되며 이에 경도된 사람들은 이론 물리화학이 실험 물리화학보다 더 우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는, 이른바 이론 예찬론자가 되고 만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불편한 분위기의 원산지인 물리학부에서도 자주 느껴지는 매우 불쾌한 그것이다. 내가 그 많은 물리학부 수업을 들을 때 가장 치를 떨며 경계했던 것은 바로 이론을 떠받고 실험을 경시하는 몇몇 교수와 학생의 태도였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태도는 우리 나라 물리학계를 스스로 침윤시켜 무력하게 만드는 무서운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느 것도 우월하지 않다. 내가 보기엔 입자물리학자는 '분자'의 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이고, 유기화학자는 슈뢰딩거 방정식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바보이다. 사실 다 똑같다. 유체 역학을 이해하는 심리학자가 있을 리 없고, 고대 이집트의 정치 체계에 해박한 수학자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독 난잡한 수식의 향연에만 이렇게 관대한지, 혹은 스스로 겸양의 자세를 갖춰 알아서 기는지 모르겠다. 학문에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을 따지는 듯한 이런 일반의 인식이, 그것도 그런 천박한 인식이 학문의 전당인 이 곳에서 빈빈히 목격되는 게 너무 싫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