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은 3당 합당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의 당수가 되었고 이어 14대 대통령이 되었다. 당시 진보 진영은 3당 야합이라며 민주화를 억압한 군사 정권 세력과 함께 손을 맞잡은 김영삼을 극렬하게 비난했었다. 그것은 민주화에 투신했던 그의 지난 행보에 걸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랬던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의의를 세우고, 5.16 군사 정변을 쿠데타라고 단정하고, 하나회를 척결시키고, 심지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법부의 심판대로 넘기자 사람들은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 황개의 고육지책에 비견하며 높이 칭송할 만한 일인지는 재고해 봐야겠지만, 아무튼 문민정부의 민주화 개혁은 꽤나 반공주의, 극우주의, 군사정권 잔존세력들에겐 충격이었을 게 틀림없다.

자, 우리는 작년에 또다른 3당 합당을 보았다. 바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가 결성한 통합진보당이었다. 나는 민주노동당은 정말 대한민국에 득이 되지 않는 해충이라고 생각했고, 국민참여당은 노무현의 그림자로 한 자리를 해 보려는 기회주의자들과 노무현 및 유시민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들의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의 지지세력을 이용하여 세력을 불리고 득표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아했던 건 진보신당 탈당파 ㅡ 흔히 노심조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로 불리는 사람들의 진의였다. 과연 민주노동당으로부터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진보신당으로 떨어져나간 게 엊그제였는데 선거 앞에서 이렇게 다시 그들 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일까? 도대체 무슨 저의로 저런 박쥐같은 행태를 보였던 것일까? 요즘 그 의문의 해답이 드러날 시기가 되지 않았난 생각한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대표 3인방 중 국회의원직을 허락받은 사람은 심상정 뿐이다. 과연 그들도 권력 앞에 어쩔 수 없는 기회주의자였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을 원외정당의 그늘 속에서 이를 갈며 살게 한 민주노동당의 주류세력을 뿌리뽑으려고 호랑이굴로 들어간 사람들이었던 것일까? 통합진보당의 내홍은 이미 통합을 결의한 작년 11월부터 예고된 일이었지만, 그것이 분당으로 이어질지, 쇄신을 통한 당 권력구조 재편으로 이어질지, 혹은 실패한 반란으로 이어질지는 흥미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에 처음 입성하였던 2004년 이후로 지금 진보 계열 정치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 2012년 현재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막장으로 치닫지 말고 해피 엔딩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