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퍼머넌트 웨이브(이하 펌)를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이다. 점차 곱슬머리로 전향하던 내 머리는 급기야 '태어나서 저런 곱슬머리는 처음 본 것 같다'라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고, 아무튼 고등학생 시절 나를 대표하던 몇몇 키워드 중에 하나는 곱슬머리가 항상 있었다. 머리를 펴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했지만, 교회 행사 때 일시적인 열처리를 통해 머리를 편 것을 제외하면 돈도 없고 머리길이도 충분치 못했으며 당시 시술 기구의 열악함(?)으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강력한 권고로 집 앞 미용실에 가게 된 것이 바로 운명적인 2006년의 1월 4일 ㅡ 인생에 역사적인 날은 으레 날짜까지 기억하는 법이다. ㅡ 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 대부분은 곱슬로 만들려고 펌을 하는데, 나는 역행한다는 것이다.

펌을 했다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인데 일단 곱슬머리가 다소 펴졌다는 것을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처음 머리를 폈을 때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다들 충격적이라면서 현대과학기술 발전의 진일보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달라진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고 눈이 의심스러울 때에는 직접 대면하여 다른 감각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이러한 판단보다 더 빠른 것은 코끝을 스치는 진한 펌 약품 냄새였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얘가 스트레이트 펌을 했구나'라며 인정해 주었다.

펌을 할 때 머리에 도포하는 대표적인 화학약품은 싸이오글라이콜산암모늄(ammonium thioglycolate)으로 매우 간단한 형태의 염으로 암모늄 이온(NH4+)과 싸이오글라이콜산 이온(HSCH2COO-)이 결합한 형태이다. 이 염은 약산과 약염기가 만든 염이기 때문에 물에 녹았을 때 이온들이 모두 그대로 물 속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이 원래의 암모니아(NH3)와 싸이오글라이콜산(HSCH2COOH)으로 평형을 이루며 존재하게 된다. 강산과 강염기가 만든 염인 염화소듐(NaCl)의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로, 소듐 이온(Na+)과 염화 이온(Cl-)이 물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뿐 원래의 수산화소듐(NaOH)과 염산(HCl)이 재생(!)되지는 않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평형 상태에서 존재하는 양이 매우, 엄청, 되게, 완전 적다.)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모두 밟은 사람들이 공히 알고 있는 '코를 찌르는 냄새'를 내는 대표적인 물질인 암모니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암모니아의 냄새는 농축된 소변과도 같은 고약한 냄새이기 때문에 펌 약품의 냄새를 맡아본 사람은 이것은 순전한 암모니아 냄새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냄새의 공범자가 이 화학 반응 내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남는 것은 싸이오글라이콜산 뿐이다.

싸이오(thio-)는 유기화학에서 산소(O) 원자 대신 황(S) 원자가 들어간 물질을 명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접두사이다. 그리스어로 황을 씨온(θειον)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거기서 '싸이오'라는 말이 나왔다. 이를테면, (물을 제외하고)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ethanol)은 분자구조식이 C2H5OH이지만 여기서 O를 S로 바꾼 분자인 C2H5SH를 에탄싸이올(ethanethiol)이라고 한다.

황 원자를 포함한 물질들은 대체로 냄새가 매우 고약하며 사람이 극도로 꺼리는 물질들이 대부분이다. 원유에서 나는 혐오스런 냄새는 황 화합물이 만들어낸 것이 대부분이며 앞서 이야기한 에탄싸이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메탄싸이올(methanethiol)은 입냄새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이며, 악취의 대명사인 스컹크의 방귀에는 뷰탄싸이올(butanethiol)이 포함되어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원래 냄새가 나지 않는 기체 물질이지만 유출 사고를 쉽게 감지하기 위해 t-뷰탄싸이올(t-butanethiol, 혹은 t-butyl mercaptan)을 소량 주입하기도 한다. 싸이올(thiol)뿐 아니라 다른 황 화합물도 마찬가지인데, 달걀 썩은 냄새를 내는 황화수소(H2S)와 양배추 썩은 냄새를 내는 다이메틸 설파이드(CH3-S-CH3, dimethyl sulfide)는 악취 분자의 대표 선수들이다. 이러한 황 화합물 냄새에 대한 인체의 감각은 놀랍도록 예민한데, 공기 중에 10억 개의 분자들 중 단 한 개의 뷰탄싸이올이 있기만 하면 그것을 감지해낼 수 있을 정도이다. 이는 기름 드럼통(배럴) 한 개 반 정도의 노란 물감 만으로도때 한강 전체가 누렇게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도대체 이런 냄새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어떤 분자를 '냄새 분자'라고 명명하는 것은 것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결과이다. '향기 분자'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분자 자체는 냄새라는 감각적 사유의 결과와 전혀 무관한 실체이기 때문이다. 분자가 그런 냄새를 가지고 싶어서 가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냄새의 근원은 우리 뇌 안에 있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우리가 냄새를 맡는다고 했을 때의 과정을 잘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냄새 분자가 콧속에 존재하는 후세포의 특정 수용기에 결합하게 되면 그로 인한 화학적 신호가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후신경에 전달된다. 후신경을 타고 간 신호는 대뇌에 전달되는데, 최종적으로 그 분자를 어떤 냄새로 인식하여 반응하게 될 것인지는 바로 대뇌가 총괄한다. 결국 A분자의 냄새가 어떠한지, B분자의 냄새가 어떠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분자 모양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콧속의 후세포의 모양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대뇌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냄새 분자'라고 매도하는 것은 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어떤 물질을 인체가 혐오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대체로 그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이다.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약을 먹지 않으려는 철없는 어린 아이나 어른을 달래기 위해 하는 말이지, 대체로 몸에 해가 되는 물질들의 맛은 ㅡ 물론 아들이 조르고 졸라 결국 청산가리(사이안화포타슘, KCN)를 먹고 죽은 판 데르 발스(van der Waals)의 아버지는 '달다'라고 외치고 즉사했으나 ㅡ 지독하게 쓴 편이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체에 좋지 못한 분자들을 대뇌에서 매우 혐오스럽게 인식하게끔 만들어 진 존재들이다. 이를테면, 대변의 주된 성분인 인돌과 카스톨은 질소를 포함한 고리형 분자인데 이들은 알다시피 매우 '구린' 냄새를 낸다. 왜냐하면 대변이 해로우니까,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변에 존재하는 세균 및 박테리아 등이 해로우니까 인체로 하여금 냄새로 그것을 먼저 느끼게 하고 피하게끔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몸이 황 화합물을 혐오하게끔 인식하는 것은 다량의 황 흡수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생물학적인 방어 기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혐오하는 냄새를 인식하면 바로 거기서 얼굴을 돌리거나 코를 막게 될 것이므로 체내에 흡입되는 황 화합물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인체에서 발생할 문제를 애초에 들여오지 말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만일, 황 화합물의 냄새를 향기롭게 인식했다면 인류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인류의 대재앙일 수도 있었을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펌을 하다가 싸이오뭐시기의 은은한 냄새가 나는데 당장 미용실에서 도망쳐야 하지 않을까? 괜찮을 것이다. 싸이오글라이콜산은 극성 물질이기 때문에 휘발성이 그렇게 높지도 않고 냄새도 다른 황 화합물보다는 덜 독한 편이다. 다행히도 펌을 하다가 악취로 인한 생물학적 변고는 아직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