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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orF
2023.10.10 13:48

미국 노동부가 배포하는 전기 안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인체는 0.001 A [암페어] 이하의 전류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그 이상의 전류에 대해서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기분나쁜 찌릿함을 느끼는 수준은 0.005 A의 전류이고, 그 이상의 전류가 흐르게 되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서 운동 통제가 불가능해지죠. 0.05~0.15 A 정도가 되면 굉장한 고통이 감지되고 1 A가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심장 박동과 신경 등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사망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리가 초등학생 때부터 배운 기본적인 전기 회로 관련 공식 중에 '옴의 법칙(Ohm's law)'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물체의 양단에 일정한 전압(voltage, V)이 걸리게 되면 그 사이를 흐르는 전류(current, I)는 그 물체의 저항(resistance, R)에 반비례한다는 것이죠. 이를 수식으로 쓰면 I=V/R가 됩니다. 이를 감전(感電)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자면, 몸에 흐르는 전류는 우리 몸의 저항이 낮아질수록 더 세진다는 것이죠.

우리 몸의 내부는 풍부한 전해질이라 할 수 있는 체액이 가득합니다. 혈액의 대부분은 다양한 이온들이 녹아 있는 혈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비단 혈관 뿐만 아니라 세포 내에도 체액이 가득하지요. 이런 액체에는 전자가 효율적으로 흘러다닐 수 있는데, 실제로 우리 몸 안에서 진행되는 많은 분자생물학적 반응은 전자를 주고 받는 산화(酸化)-환원(還原) 반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몸 구석구석에 명령을 내리는 신경(神經)은 쉽게 말하자면 체내의 전자회로 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하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행동과 반응들이 수행되고 결정되는 우리 몸에 갑자기 많은 양의 전류가 흐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습니까? 당연히 기대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행동과 반응이 통제불능의 영역에서 속출하게 될 것이고, 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 근육의 불안정한 수축이라든지 신경의 과도한 자극으로 인한 신체 부작용은 치명적일테니까요.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골격과 이를 둘러싼 근육 및 기타 기관들을 피부(皮膚)라는 조직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외부의 전기적 자극에 의한 체내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당연히 피부는 저항이 높은 부도체여야 하는 것이 맞겠지요.

실제로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지질 등은 비저항(比抵抗, resistivity)이 높은 편입니다. 여기서 도체와 부도체를 구분하는 명확한 비저항 값이 얼마냐고 묻는다면 물리학자들이나 전기공학자 모두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체(導體)와 부도체(不導體)를 나누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도체/부도체를 구분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도체/부도체 판단을 무턱대고 유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금속이나 흑연, 전해질이 녹은 물처럼 별다른 노력 없이도 회로를 구성했을 때 아무런 문제 없이 전류가 잘 흐르는 물체들을 우리는 도체라고 하며 목재나 비닐봉지, 유리처럼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을 부도체라고 합니다. 어이없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도체/부도체를 구분할 때 떠올리는 기준은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에 사용해봤을 법한 1.5V [볼트] 짜리 건전지에 연결한 꼬마전구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어클립으로 쇠젓가락을 물려놓으면 회로에 연결된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오지만 나무젓가락을 물려놓으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지요. 마찬가지로 악어클립으로 우리 피부를 불려놓으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우리 대부분은 피부가 부도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 피부의 저항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건조한 피부의 저항은 100,000 Ω [옴]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피부에 220 V의 (직류)전압이 가해진다고 생각하면 옴의 법칙에 따라 220 V/100,000 Ω = 0.0022 A 의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피부에 이 정도 전류가 흐르면 뭔가 저릿한 이상한 기분이 감지되는 수준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220 V가 결코 낮은 전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태고적 인류가 과연 하늘에서 내리치는 번개 외에 이 정도의 고전압 전원과 공생하리라고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220 V 전원 장치와 대부분 안전하게 잘 살고 있죠.

그러면 왜 지나다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감전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앞에서 힌트처럼 언급했지만, '건조한 피부'의 저항이 100,000 Ω라는 데에 주목해야 합니다. 원활한 피부 조직의 관리와 체온 조절의 목적으로 우리 몸은 항상 피부를 통해 땀이라는 형태로 수분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피부는 추운 겨울날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물렁물렁한 편이고, 이는 피부 조직 사이로 배출된 땀 덕분이죠. 그런데 땀은 전해질이 많이 녹아 있는 수분입니다. 즉, 전기가 매우 잘 통해요. 그래서 땀이 난 피부의 저항은 수천 Ω 수준으로도 낮아질 수 있으며, 특히 빨래나 설거지 등의 이유로 피부에 물이 흥건히 묻어 있는 경우라면 500 Ω 정도로 피부의 전기 저항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저항값이 건조한 상태에 비해 1/200배가 되는데, 옴의 법칙을 따르면 같은 전압을 가했을 때 흐를 수 있는 전류의 세기는 반대로 200배가 됩니다. 0.0022 × 200 = 0.44 A. 이 정도의 전류가 흐르게 되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지요. 하물며 집안에서 사용하는 전기 정도로도 이런 큰 고통을 겪게 되는데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고전압 전원이라면 비교적 건조한 피부에도 큰 전류가 흐를 수 있지요.

즉, 피부가 부도체라는 사실과 감전이 일어나는 현상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피부가 부도체더라도 굉장한 전압이 인체에 가해지면 기어이 치명적인 세기의 전류가 흐를 수 있는데, 이는 옴의 법칙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 가능한 부분입니다. 더욱이 우리 몸이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축축하게 젖어있는 상태라면 더 큰 피해를 작은 전압으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피부가 부도체여도 감전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감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피부가 도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피부는 대체로 땀으로 젖어있으니 도체라고 불러도 되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는 거꾸로 돌아가 꼬마전구 회로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감전의 경우는 굉장히 강한 전압을 걸어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도체/부도체 분류의 심상을 떠올려보면, 피부는 부도체로 분류하는 것이 더 사리에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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