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5월의 화창한 날, 내 친구와 나는 서울까지 가서 '송환'이란 영화를 봤다.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처음보는 형식이라 놀라웠던 영화,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영화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들은 아직도 사회주의를 향한 뜻을 굽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들을 객관적이고 인간미 넘치게 바라보고 있어서 그들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주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문사위에서 이들의 복역과 공권력에 대한 항거를 민주화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2003년). 인터넷과 언론, 심지어 우리 집까지도 시끌벅적해졌다. 비전향 장기수들이 양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에 따른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민주화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 이념을 가지고 신념과 사상을 지킨 것은 물론 개인의 신성한 인권을 지킨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민주화의 결과는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그들의 신념지키기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거시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는 국민들의 공감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의 민주화를 판단할 일이지 모든 운동 하나하나를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에 대입시켜 민주화 운동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민주화 운동은 어떤 사회가 민주주의로 나아가게끔 유도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 운동의 목표가 자신이 속한 민주주의 이념의 보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거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대중적, 역사적 공감과 인정이 있어야 그게 민주화 운동이 아닐까?




아세모를 추억하며... (2)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