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소개
Introduction of the website
fluorF 소개
Introduction of fluorF
새로운 소식
News
하루 이야기
Daily essay
글
Articles
사진첩
Album
방명록
Guestbook
글
Articles
잡설노트
Notes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층의 학업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20년 전에는 학생 학업성취도 1등인 핀란드와 2등인 대한민국을 비교하며 학생들의 생활을 대조하는 기사가 정말 많았는데, 이것도 정말 옛날 이야기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해, 수학, 과학 실력으로 평가되는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연구(PISA) 결과 핀란드 및 대한민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과거에 비하자면 많이 낮아져 세계 6~10등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네덜란드 등과 함께 하락세가 점점 커지는 나라로 꼽혔는데, 이런 나라에서는 '아니, 요즘 애들은 이런 것도 몰라?' 하는 말이 자주 나오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
이런 청소년층의 학력 저하를 가장 먼저 피부로 사무치게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학부생 1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을 강의하는 대학 교수들이 아닐까? 최근에 아는 교수 형과 오랫동안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매해 학생들의 실력이 퇴보하는 것을 매년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하는 중간/기말고사의 평균 점수의 점진적인 하락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일단 배운 것도 없고, 배우려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배울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아니, 고분자과학을 공부하려는데 열역학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 이전에 미적분은 제대로 할 줄 알아야지. 뭐? 고분자를 할 건데 미적분을 왜 하냐고? 고등학생 때도 안 배운 걸 여기서 배우려는 힘들다는데, 아니 그러면 공학대학에는 왜 진학한 거지? 학생들 대부분이 삼각함수가 나온 이후부터는 아예 손을 뗀다고 했고, 결국 시험점수의 빈도수 최고는 '0점'이라는 사실.
교수 형의 말에 나는 학령 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일 거라고 말했다. 과거에 100명 정도가 대학에 입학했다면 요즘은 기껏해야 50명이 대학에 입학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과거 100명 중에 40등이 입학하던 A 대학에는 현재 50명 중에 40등이 입학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느끼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당연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모수가 100이든 50명이든 어떤 집단이나 특출나게 잘하는 한두명은 있기 마련이니, 결국 이러한 학력 저하 문제에서 위기감을 덜 느끼는 것은 오직 최상위권 대학 뿐이다. 결국 최상위권 대학은 예나 지금이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여 기존의 교육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지만, 중위권 대학 이하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학생들 수와 더불어 학력 수준 때문에 학부 교육을 둘러싸고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또다른 양극화 현상이다. 예측에 따르면 대입 학생 수는 향후 3년간 지금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제 이런 문제는 서울에 있는 중상위권 대학에서도 감지되는 것이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문제에 교수도 아닌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학부 교육을 통해 양성된 학부 졸업생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기초응용과학 연구는 이런 교육 체계의 혼란 및 양극화 속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대학 교수들은 자신들이 대학원생 시절에는 자신들의 지도교수로부터 전혀 받지 못했던 지도와 케어를 당신의 학생들에게는 해 줘야 하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게 지도교수(advisor)로서의 사명과 의무가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겠지만, 그 왠지 모를 억울함 혹은 하소연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언젠가 내가 들은 말 ㅡ "요즘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 정도로 생각하고 생각보다 많이 애를 써 줘야 한다. 김 박사가 학교에서 공부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를 호소하는 분야는 이처럼 '전통적인' 지식 습득 교육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곳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청소년, 청년 세대는 과거 세대들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해낼 줄 아는,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다. 단지 그것이 '전통적인' 학력 수준으로 평가를 받게 되면 과거에 비해 뒤떨어진 세대처럼 보인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대에게는 텍스트의 해석보다 영상의 이해가, 수학과 과학보다 더 다채로운 학문 외적인 기술과 실용적인 실력 및 경험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이전 세대보다 경제 관념은 더 뛰어나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어떤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인지를 훨씬 더 분별력있게 파악하는 (혹은 파악이 강제되는) 이들이 요즘 청소년들이다.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독해, 수학, 과학 학력 저하를 운운한다는 것은 사실 2020년대에는 걸맞지 않는 옷을 입혀놓고는 더 이상 맵시가 살지 않는다고 심통을 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력 저하가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현상을 한 단면으로만 단순하게 관찰하고 내린 섣부른 편견이 아닐까? 냉정히 말해서 우리는 지금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을 못 받아들인 채 현재의 학생들이 과거의 기준에 못 미친다고 꼰대처럼 징징대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된 것이라고 실컷 불만을 터뜨리고 났더니 어느새 그 학생들의 학력은 저하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의 기초응용과학은 그들의 발전 방향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큰 충격을 받고 이내 깊이 우려하게 되지 않겠는가?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선배 과학자들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과 도전에 응답해야만 한다 ㅡ 그리고 그 시기가 코로나19 덕분에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아아 영지누나, 이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현재 교육 시스템이 요구하는 바를 달성할 만한 소수에게 좋은 환경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에 매이지 않는 삶의 방향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텐데, 이 복잡하고 세심한 과정을 누가 온전하게 지탱하며 수행해낼 수 있을는지요ㅡ.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통용되던 과거에는 얌전히 그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었겠지만,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중받기를 바라는 요즘 시대에는... 누나 말대로 "할때 뭘 해야 할지 감을 잡는 것"이 정말 필요하지만 어려운 일인데, 그런 측면에서는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게 사실인 듯 합니다.
저는... 이사간 집에 찾아 뵙는 것으로 ㅠㅠ 요즘 정말이지 서울 가기 참 힘드네요 ㅠㅠ
마침 서울대 김대일 선생님(노동경제학, 교육분야 학자!!)과 윤희숙 선생님(.. 정치인인가?) 유튜브에서 '필요인재 공급 못하는 대학 왜 존재하나' 라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성수 글 찾아서 다시 읽어보고 많이 공감 중.
입시, 학점, 유학 etc. 이런걸 위해서 단방향으로 설계된 교육 시스템이 더이상 모두에게 안전한 삶을 위한 인프라가 되어주지 못하는걸 이제 다들 아는데, "꼭 필요한 소수" 말고 대부분의 사람의 학력수준을 논할 필요 자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꼭 필요한 소수에게 올바른 모티베이션과 공부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렇지 않고 다른 무기를 가져갈 학생들은 더 빨리 본인들 살고 싶은 방향으로 역량을 키워가야겠지.
근데 그게 참 어려운거 같아. 진짜 하고싶고 할 수 있는 소수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그리고 시키는 공부 말고 다른걸로 인생 살아가겠노라.. 할때 뭘 해야 할지 감 잡는 거. 어릴적부터 조금 적극적으로 뭘 탐색하고, 실패도해보고 그런 경험이 있다면 내 나이 즈음엔 나보단 다들 낫게 살긋지 (갑자기 분위기 자학. 읭?)..
우리 성수는, 실험실에서 연구도 잘 하지만. 글도 잘 쓰고.. 통찰력도 참 좋은거 같다.. ^^.. 그나저나 도곡동엔 언제 올거누..? 누나 이달말에 이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