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범유행을 일으킨 'SARS-CoV-2'의 기원이 자연적 진화에 의한 것이 아닌 실험실에서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논한 폭로성 논문이 유럽의 한 open access 데이터/논문 저장소에 올라왔다. 이 논문의 주저자는 홍콩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옌리멍(YAN Li-meng)이며, 생물학 지식에 일천한 나도 주요한 요점과 스토리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여진 글이다. 아마도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에 대한 합리성 및 진실성을 판단해 주리라 생각한다.


그와는 별개로 이 글을 논문이 아닌 폭로성 기사같은 것으로 읽는다면, 그간 여러 기사와 논문들을 통해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 둘 기회를 가지는 것이 한둘이 아닌데 쉽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1. SARS-CoV-2의 아미노산 서열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그것과 굉장히 흡사하다. (저자는 이를 들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일종의 틀, 기초로 삼아서 SARS-CoV-2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함.)


2. 코로나바이러스는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존재하며 이 때문에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corona에서 그 이름이 붙은 것인데 이 부분이 숙주 감염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서열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그것과 95% 정도의 일치율로 흡사하지만 아주 이상하게도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부분에서만 일치율이 떨어진다. (저자는 그래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요 서열 부분만 따로 떼어낸 뒤 인간 감염 특성을 발현시키는 서열을 붙여넣는 방식으로 조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함.)


3. SARS-CoV-2에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관찰이 어려운 furin-cleavage 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생김새를 유발하는 서열 자체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2017년에 발견된 쥐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이와 비슷한 서열이 처음 보고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를 논문형태로 보고한 사람들 중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사람들이 주저자 및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이 쥐 코로나바이러스의 해당 부분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이들이 서열을 조작하는 데 관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함.) 


일단 여기까지 읽으면 1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틀로 삼아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조작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감염력이 높은 바이러스를 생산해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각종 기사를 통해 접했던 내용의 종합 및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이 글의 2부에서는 이 저자들이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SARS-CoV-2를 합성(?)해내는 과정을 상술(詳述)한다. 재미있는 건 각 과정별로 이게 얼마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예측해서 대략 반년(!)의 시간이면 현재 범유행 중인 SARS-CoV-2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술한 것이다. 복잡한 그림과 용어가 난무하지만 이거 사실상 종이 오려 붙이기와 비슷한 놀이처럼 보인다. 제한 효소를 통해 잘라내고 연결 효소를 통해 붙이고, PCR로 증폭시키고 뭐 등등등.


그리고 마무리 섹션에서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미국 보건 당국의 연구비 지원 사이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며, 지난 3월 이후 Nature 등의 저널에 SARS-CoV-2의 기원이 박쥐가 아닌 천산갑(穿山甲, pangolin)일 수도 있다는 것을 주장한 여러 논문들은 단지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을 감추기 위한 의심스런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ARS-CoV-2가 박쥐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니 천산갑 유래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논점을 흐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고, 후퇴시켜 놓았고,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금은 치료와 안정을 위해 세계 각국이 노력해야 할 때임에는 틀림없으며, 흑사병이 그랬듯이, 스페인 독감이 그랬듯이, HIV가 지금 그러듯이 인류 역사의 시계가 흐르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글들이 나오고 많은 이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호응받는 것을 보면 적어도 코로나19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시선과 이미지를 굉장히 나쁘는 데 비가역적인 절대적 공헌을 하고야 만 것으로 보인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