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화학과 분석화학의 만남이 이뤄졌을 때.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Chiral Separation(키랄성 분리)'이다. 저 유명한 산모 입덧 치료제 '탈리도마이드'의 복용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서구에서 불거져 나온 이후부터 이 키랄성 분리는 제약회사들이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최대의 과제로 손꼽히게 되었고, 덕분에 유기화학자들과 분석화학자들의 주가가 높아지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키랄성(Chirality)이란 왼손과 오른손과 같다. 둘 다 똑같은 손이지만 거울상이다. 즉 둘은 똑같은 한 쪽 손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겹쳐질 수 없는 물체이다. (당장 양 손을 겹쳐보라. 절대로 겹쳐지지 않을테니. 대신 박수치듯 두 손을 맞대는 것은 결코 '겹쳐지는 것'이 아님에 유의할 것!)

이런 키랄성을 갖는 분자들은 독특한 광학적 특성을 가지는데 이것이 바로 Optical Activity이다. 한쪽 면으로만 진동하는, 즉 직선 편광(Linearly polarization)된 빛을 키랄성을 갖는 분자들 안으로 통과시켜주면 편광축이 약간 회전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왼손 형태의 분자들이 편광축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킨다면 오른손 형태의 분자들은 편광축을 왼쪽으로 회전시키고, 만일 반대로 왼손 형태의 분자들이 편광축을 왼쪽으로 회전시킨다면 오른손 형태의 분자들은 편광축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킨다. 만일 왼손 형태의 분자와 오른손 형태의 분자들이 50:50으로 존재하면 이를 라세미 화합물(Racemic compound)이라 부르며 편광축은 회전하지 않는다.

편광축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키는 물질을 D라고 하고 왼쪽으로 회전시키는 물질을 L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는 많은 분자들 중에 이런 키랄성을 갖는 분자들이 꽤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백질과 탄수화물이다. 이 세상의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은 L-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있다. D-아미노산들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단백질이라면 존재할 수 있으나 체내에서 흡수되지도 않고 생체에서 쓰이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모두 L-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도대체 편광축이 왜 변하는 것일까. 이건 꽤나 복잡한 광학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 현상은 '복굴절(birefringe)'이라는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유사한 형태의 복굴절이 빛이 키랄성 분자를 통과하는 동안 일어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복굴절은 편광의 형태에 따라 굴절률(index of refraction)이 달라서 빛이 진행하는 동안 각각의 위상이나 진행경로에 차이가 생기는 현상이다. 즉, D화합물과 L화합물의 굴절률이 달라서 복굴절이 일어나 편광축이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광학시간에 이런걸 배우게 되니 문득 유기화학 시간에 Dextrorotatory, Levorotatory를 외우며 오른쪽, 왼쪽을 파악하느라 애를 썼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어라, 이건 우리네 언론과 꼭 들어맞잖아? 똑같은 정보라도 꼭 그 신문사나 편집자의 시각을 통과하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일이라도 전해주는 사람의 성격이 반영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물론 적당히 편광축이 틀어지면 문제될 것은 아니다. 약간의 범위 내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편광축의 회전이 너무 극과 극이라는 데에 있다. A신문사는 완전 왼쪽으로 치우친 사람들로만 물질을 구성하고 있고, B신문사는 완전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람들로만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소리이다.

식사도 균형있게 해야하듯 삶의 정보와 기사도 균형있게 섭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일을 적어내려간 신문들을 보면 과연 우리가 한 하늘 아래 같은 지역의 숨을 들이쉬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도 예외없이 너무 언론사간 키랄성 분리(Chiral Separation)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되어있는 것 같다. 정말이지 나라가 어렵다는 이 시점에서 50:50으로 균형잡히게 섞인 라세믹 화합물(Racemic compound)과 같은 알찬 기사와 정보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길러주시기를,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사에게 강력히 희망하는 바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