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금할 금)이라는 한자는 林(수풀 림)과 示(보일 시)를 위 아래로 합쳐놓은 글자인데, 본래 示는 제물을 차려놓은 제삿상을 본뜬 글자이므로 '제물을 신에게 보인다.'는 의미에서 본뜻이 유래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수풀이 우거진 지역은 인간이 아닌 신령이 존재하는 신성한 지역이기도 했으므로, 禁이라는 글자는 일종의 회의자(會意字)로서 두 글자의 의미를 더해 존경의 예를 드릴 만한 거룩한 곳에서 '꺼린다, 멈추다, 막다' 등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从示林聲。라고 기록하여 禁은 형성자(形聲字)이며, 뜻은 示에서, 소리는 林에서 왔다고 전하고 있다. 물론 현대 중국어나 한국어 한자 발음으로는 도무지 禁과 林 사이의 발음 유사성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중국의 언어학자인 정장상팡(郑张尚芳)이 재구한 상고한어(上古漢語)의 발음을 유추하면, 고대 중국에서 禁은 [끄름], 林은 [그름]에 가깝게 발음했다니 그렇게 본다면 禁이라는 글자는 회의자로 출발했으면서도 한 글자를 발음요소로 채택한 겸성회의자(兼聲會意字)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조상신 제(帝)를 섬기던 제정일치 사회의 상(商)나라가 물러가고 천명(天命)을 받은 천자(天子)가 다스리는 주(周)나라가 들어서면서 글자에 담긴 종교적인 의미는 점차 희석되었고, 그 결과 禁이 가리키는 신령하고 거룩한 지역은 바로 천자가 거주하며 국정을 돌보는 궁궐(宮闕)이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궁궐과 관련된 단어에서 禁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궁궐 안을 금중(禁中)이라 표시한다든지 궁궐을 지키는 친위대를 금군(禁軍) 혹은 금위군(禁衛軍)이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지금 이후부터 혹 금문(禁門)·성문(城門)과 길거리에 익명서(匿名書)가 있거든 처음 보는 자가 즉시 불 속에 넣으라." 라는 영조(英祖)의 어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금문이 바로 궁궐을 드나드는 문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있는 자금성(紫禁城)이 Forbidden City로 번역되는 것은 한자문화권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색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치면 궁궐과 수도를 방위하기 위해 조직된 금군(禁軍)은 Forbidden Troops로 번역되어야 할텐데 이것은 굉장히 이상하지 않은가? 자금성에 들어와 왕성한 활동을 했던 명(明)나라 시기의 서양인들이 이러한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번역해서 禁을 forbidden으로 바꿨겠지만, 아마 그 옛 사람들에게 지금 와서 새로 고칠 기회를 준다면 분명히 자금성을 Imperial City라고 번역했을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