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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 아크릴로일(acryloyl chloride)는 아크릴산(acrylic acid)에 있는 카복실산(-COOH)에서 -OH 부분이 염화(-Cl)로 대체된 형태의 분자이다. 염화 아크릴로일은 아실(acyl) 화합물의 대표적인 반응성 물질인데, 라디칼 중합(radical polymerization)이 가능한 아크릴기(CH₂=CHCO-)를 가지고 있어 코팅, 접착, 수지 산업 전반에 폭넓게 쓰이는 물질이다. 그런데 오늘 연구안전관리시스템에서 안전교육 영상을 보던 도중 알게 된 것이, 이 물질을 업계에서는 주로 '아크릴일 클로라이드(acrylyl chlroide)'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영어로도 이런 이명(異名)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처음엔 영상이 잘못된 것인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크릴산(acrylic acid)에에서 접미사 -ic를 빼고 -yl을 붙인 것은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더 생각해보니 폼일(formyl), 아세틸(acetyl)은 그냥 -yl인데, 아크릴로일만큼은 왜 -oyl이 붙은 것인가? 즉, 이 문제는 삽간사(interfix) -o-의 출현에 대한 의문이다.
논의를 확장하기 전에 삽간사 -o-가 등장하는 카복실산(carboxylic acid)의 명명법에 대해 간단히 짚어야 한다. 국제순수응용화학회(IUPAC)에서 정한 명명법에 따르면, 카복실산의 이름은 동일한 탄소수를 가진 알케인(alkane) 이름(methane, ethane, propane 등등)에 -oic acid를 붙인다. 그래서 methanoic acid, ethanoic acid, propanoic acid... 가 된다. 그런데 화학을 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이 물질들을 IUPAC 명명법대로 부르지 않는다. 대부분 이들을 formic acid, acetic acid, propionic acid... 와 같은 비(非)체계적인 이름으로 부른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이름을 우리는 관용명(慣用名)이라고 부른다. 몇몇 물질들은 학자들이 체계적인 규칙을 따라 화합물을 명명할 정도로 화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다뤄지던 물질이었으므로 옛날부터 흔히 불리던 고유 명칭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acetic acid)은 화학이라는 개념이 인간 학문 영역에 들어서는 시점보다도 수천년 전에 이미 고대 사람들이 실생활에 사용 했던 물질 아니던가? 그 사람들이 에탄산(ethanoic acid)이라고 불렀을 리 만무할 뿐더러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아세트산을 전부 에탄산으로 고쳐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체계적인 명칭이 오랜 관습을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IUPAC 명명법에서도 규칙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관용명 사용을 금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관용명을 가지는 카복실산의 경우 접미사가 -oic acid가 아니라 -ic acid라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얼마든지 있다. 살리실산(salicylic acid), 아디프산(adipic acid), 구연산(citric acid)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카복실산에 대한 명명법은 본래 접미사로서 -ic acid를 택하는 것이 ㅡ 참고로 -ic는 영어에서 명사를 형용사로 만들 때 쓰이는 흔한 접미사 중 하나이다. historic, electric 등등 ㅡ 합당하지만, 체계적인 명칭에 한해서는 삽간사 -o-를 붙인 -oic acid를 쓴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용명같이 보이는 체계적인 명칭인 벤젠(benzene)의 경우, 벤조산은 benzic acid가 아니라 benzoic acid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어근에 해당하는 물질명이 카복실산의 주요한 구성 기능기인 카보닐(-C=O)기의 포함을 암시하는지 아닌지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methan-의 어근은 탄화수소 메테인(methane)만을 떠올리게 하므로 카보닐기가 존재하는 화합물이라는 상상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기에 산소(oxygen)를 포함하는 유기산(organic acid)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ic acid 앞에 -o-를 붙인 것이다. 문법적으로는 삽간사로 보일 수 있겠으나, 산소의 원소 기호인 O를 활용한 것이므로 이는 굉장히 미묘한 문법이다 (화학문법?). 반면 acet-의 어근은 이미 카보닐기를 포함하는 아세트산을 떠올리게 하므로 굳이 산소를 포함한다는 의미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삽간사 -o-없이 -ic acid만 붙여도 무방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정리하자면, "원칙으로서 카복실산은 -oic acid를 붙인다. 그러나 관용명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o-를 뺀 -ic acid를 붙인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카복실산에서 -OH가 제거된 아실(acyl)기의 경우에는 어떨까. 앞의 논의를 계승하자면, 체계적인 명칭을 따르는 카복실산에 한해서는 산소가 포함된 것을 밝히기 위해 삽간사 -o-가 들어가고, 아실기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접미사 -yl이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methanoyl, ethanoyl, propanoyl과 같이 -oyl이 붙어야 한다. 반대로 관용명의 경우 삽간사 -o-가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yl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차이가 발생한다. 기본이 되는 카복실산 명칭에 대해서는 관용명에 대해 -oic acid 대신 -ic acid를 허용해 줄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아실 화합물 명명에 대해서는 IUPAC이 좀 더 단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칙에 따르면 체계적인 명칭과 관용명 모두 아실 화합물의경우 -oyl을 붙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아크릴산은 아크릴일(acrylyl)이 아니라 아크릴로일(acryloyl)이 된다. 나일론 6,6 합성 시연에 쓰이기도 하는 염화 아디포일(adipoyl chloride) 이름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염화 아디프산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런 원칙도 피해갈 수밖에 없었던 관용명들이 있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폼일(formyl), 아세틸(acetyl)은 각각 폼산(formic acid), 아세트산(acetic acid)에서 온 말인데 -oyl을 붙인 폼오일(formoyl), 아세토일(acetoyl)이 아니다.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분자들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아실 화합물 조차 오래 전부터 써왔던 재료이기 때문에 관용명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밖에. 이런 예는 총 여덟 개나 있다: formyl, acetyl, propionyl, butyryl, oxalyl, malonyl, succinyl, glutaryl.
카복실산과 아실 화합물의 명명법은 수업 시간에 잠깐 지나가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명명을 위한 규칙을 세우는 과정에서 산소의 원소 기호를 활용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고, 언중(言衆)에 뿌리 깊이 박힌 관습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실감할 수 있다. 내 생각에 에스페란토(Esperanto)와 같은 인공어에서도 아마 '기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의해 강요되는 이런 비슷한 불규칙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는 그것을 찾아보는 것으로...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