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업무능력은 형편없는) 한 양반이 업무 중에 손톱을 깎으며 이빨 사이로 흡착음을 자주 내며 껌을 씹으며 웅얼거려 짜증난다는 제보를 해 왔다. 그래서 공유해 준 삐삐밴드의 '유쾌한씨의 껌씹는 방법'.



이 실험적인(?) 노래를 찬찬히 살펴보면 


유쾌한 씨는 유쾌하기도 하지

유쾌한 씨는 유쾌하기도 하지


라는 후렴구 사이사이에 유쾌한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묘사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살펴보면 뭔가 놀랍다:


(1절)

껌을 씹는 유쾌한씨를 보라 

번득이는 눈 커다란 입술 

약간 삐뚤어진 콧털 껌씹는 방법도 여러가지 

앞니로 씹기 어금니로 씹기 송곳니로 가르기 

풍선도 불고 소리도 내고 밥 먹은후엔 항상 


[후렴]


(2절) 

여자를 보는 유쾌한씨를 보라 

여자를 보는 유쾌한씨를 보라 

충혈된눈 더듬거리는 말솜씨 높다란 콧등 보는

시선도 여러가지 다리 보기 가슴보기 히프 보기 

부풀려 보기도 하고 맥 빠지게 하고 잠자기 전엔 항상 


[후렴]


(3절) 

세상을 보는 유쾌한씨를 보라 

세상을 보는 유쾌한씨를 보라 

번득이는 눈 유창한 말솜씨 커다란 콧구멍 

보는 방법도 여러가지 앞으로 보기 옆으로 보기 

나누어서 보기 허풍도 떨고 시끄럽기도 하고 술 먹은 후엔 항상


[후렴]


이 별 의미 없는, 전혀 유쾌하지 않은 가사를 음미(?)하고 나면 유쾌한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마지막 이름 한은 분명 접미사로서의 '놈 한(漢)'일 것이다: 치한(癡漢), 냉혈한(冷血漢), 문외한(門外漢), 괴한(怪漢)같은... 그런데 이 노래가 1996년에 나왔음에도 우리 주변에 유쾌한씨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름돋는 대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재미있는 건,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박사후연구원에게 어렸을 때 '삐삐밴드' 기억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녕하세요'라는 노래 모르냐고 했더니 그건 익스(Ex)의 노래가 아니냐고 한다. 잠깐 벙쪄서 '안녕하세요~ 오오오오~' 노래 구절을 불러줬더니 옆에 있던 학부생 曰,


"박사님, 그건 '쿠쿠하세요' 아닌가요? 쿠쿠하세요~ 쿠쿠!"


그래, 내가 나이를 먹은 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